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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설명
상실과 회복, 유영하는 기억들을 한데 모아
아이엠써머의 데뷔 EP 앨범 『미래일기』
만남 끝에는 헤어짐이 뒤따른다.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지나가고,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나날도 속절없이 흐르며 언젠가는 끝을 맞이한다. 시간 앞에서 우리는 힘이 없다. 결국 우리에게 남겨진 건, 이별을 언제까지 늦출 수 있는가의 문제일 뿐이다. 다 지나간다는 것—어쩌면 우리는 이 당연한 이치를 평생에 걸쳐 깨닫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래일기』는 일종의 SF다. 과거와 현재의 힘을 빌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는 끝이 나도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함께했던 순간은 여러 모습으로 남은 일상에 스며든다. 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우연히 만나 기억을 나누었고, 가까운 곳에서 서로의 내밀한 구석을 살폈다. 시작과 끝을 거치며 우리는 분명 어딘가 달라졌다.
한 시절을 겪으며 내가 떠나보낸 것들—과연 그것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미래일기』에서의 시간은 결코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다. 함께한 시간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모두 잊기엔’ 노래하는 목소리는 과거를 그저 과거에 두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은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를 떠다니는 기억들을 한데 모았다.
첫 트랙이자 연주곡인 ‘sneakers’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어느 순간 누군가의 삶 속으로 조용하고 신비롭게 스며드는 모습을 떠올리며 만들어졌다. 낯선 이에게 빠져드는 순간을 그린 곡이다.
두번째 트랙 ‘still summer’는 지난 여름 고장난 에어컨 탓에 더위를 헤매던 기억에서 출발했다. 무더위가 가져온 무기력함은 삶의 방황기를 떠올리게 한다. 앞으로 찾아올 수많은 여름처럼, 힘겨운 날들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읊조리듯 노래한다. 갇힌 공간에서 꺼내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세번째 트랙 ‘모두 잊기엔’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을 바라보며, 자기 곁에 있는 고양이가 떠난 이후의 삶을 상상해 본 곡이다. 상실 이후의 일상을 되짚는 듯한 이 곡은, 그럼에도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함께한 시간은 남아 있다고 말하며 커다란 슬픔에도 불구하고 남아있을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지막 트랙 ‘Hopefully’는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전하는 노래다. 고된 투병 속에서도 지인들이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것을 싫어하던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쓴 일종의 편지이자 상상이다. 친구가 먼 미래에 완치된 후 누군가가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모습을 상상하며- 어설픈 위로 대신, 네가 떠나지 않으면 좋겠다는 진심 어린 희망, 여전히 선명한 너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리는 이 곡은 멀리 있는 우리를 지금도 여전히 함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랑노래다.
희뿌연 사운드와 멜로디는 이별 후 조금씩 지워지고 흐릿해지는 기억 조각들이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를 풍부하게 그려낸다.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으로 흠뻑 빠져들 수도, 아주 먼 미래에 느끼게 될 슬픔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떠나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미래일기』는 우리가 함께한 시절을 보내는 애도의 과정이다.
잃어버린 자리엔 이름 모를 빛이 들어온다. 어떤 온기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