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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사양]
* 3단 디지팩 (무광 코팅 / 표지 활자 에폭시 가공)
* 2 CD
* 가사지 28페이지 칼라 인쇄
영원히 기억될, 말로의 특별한 밤
황덕호 (재즈 칼럼니스트)
20세기 초 음반의 탄생 이후로 음반을 제작하는 프로듀서들은 한 가지 꿈을 갖게 되었다. 통제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인들이 실제 청중들 앞에서 연주하는 실황을 녹음하는 것이었다. 그 꿈은 1940년대 후반 릴 테이프라는 녹음 매체와 그 녹음을 재생할 수 있는 LP가 등장하면서 완전한 실현 단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러 종류의 음악들이 라이브 녹음을 통해 음반으로 발매되었지만, 그 중에서 재즈는 유독 많은 라이브 앨범을 만들어 낸 장르다. 재즈는 클럽이라는 공간을 통해 일상적으로 연주되었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작품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른 음악들이 스튜디오 녹음으로 작품을 공개했던 것과는 달리, 재즈는 라이브 연주를 통해 늘 새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것은 녹음을 통해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되었다.
그러므로 다른 음악에서 라이브 녹음은 스튜디오 녹음과는 다른 ‘특별한 버전’이지만 재즈에서는 다르다. 재즈에서 라이브 버전은 실질적인 원본인 경우가 빈번하다. 듀크 엘링턴의 걸작 ‘Diminuendo & Crescendo in Blue’는 이미 1937년에 녹음되었지만 오늘날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56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실황 앨범에서 약 15분간의 긴 즉흥 연주로 다시 녹음된 덕분이었다. 빌 에반스의 명곡 ‘Waltz for Debby’는 1956년 그의 첫 스튜디오 앨범에서 이미 녹음되었음에도 그 녹음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없다. 이 곡 역시 1961년 클럽 빌리지 뱅가드에서의 7분 동안의 라이브 녹음을 통해 사람들 마음에 각인되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재즈의 매력은 무엇보다 즉흥성에 있고, 그 즉흥성은 관객과 무언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연스럽게, 뜨겁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해 온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역시 많은 재즈 음악인과 마찬가지로 라이브 앨범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 여러 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하고 대중들의 사랑과 평론가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그의 반쪽 모습 같다는 생각을 스스로 갖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클럽에서 불렀던 노래들의 실제 모습이 스튜디오 앨범에는 제대로 담길 수 없다는 생각을 그는 하지 않았을까, 나는 추측한다.
왜냐하면 라이브 클럽에서 듣는 말로의 노래는 스튜디오 앨범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즉흥적 창법인 스캣을 두려움 없이 구사하면서 그것을 음악적 아이디어를 통해 널리 확장한다. 클럽뿐 아니라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청중들을 장악하고 끌고 갈 수 있는 국내 몇 안되는 재즈 보컬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감히 단언하자면 말로의 진수는 라이브 무대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점을 여러 번 경험했다.
하지만 현장의 그 매력을 음반에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완벽한 호흡의 연주를 수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탄탄한 팀워크의 밴드는 첫 번째 필수 조건이며, 여기에 그들의 소리가 아름답게 울릴 수 있는 공간인 클럽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아울러 그 소리는 훌륭한 레코딩 엔지니어를 만나야 한다. 그래야만 라이브 앨범은 비로소 완성된다.
이 까다로운 조건들은 하나하나 풀려갔다. 2024년 5월 군산에서 개관을 준비 중이던 재즈 클럽 머디(Muddy)는 말로의 라이브 앨범을 녹음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떠올랐고, 이 기획에 탁월한 음향 엔지니어 황병준과 윤정오가 기꺼이 동참했다. 그리고 말로에게는 이미 오랜 세월 함께 한 최고의 밴드 ‘말로 밴드’가 있지 않은가.
이 라이브 앨범을 통해 새삼 느끼는 것은 말로의 폭넓은 음악성이다. 초기 재즈의 전설 시드니 베셰의 곡에서 시작해서 앤 로넬, 조지 데이비드 와이스, 루이즈 봉파, 헨리 맨시니,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베티 카터, 칙 코리아 심지어 에그베르투 지스몽티까지, 이 폭넓은 레퍼토리를 그것도 자신의 스타일로 완전히 소화해서 부르는 말로의 노래는 셀 수 없이 수많은 밤들을 클럽에서 노래했던 그의 이력을 부분이나마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그렇다. 이 앨범을 녹음한 2024년 5월 30~31일 머디에서의 밤은, 수많은 노래를 불렀고 그 흔적은 공중 속으로 사라진 말로의 수많은 밤들 중 하나다. 콜 포터의 가사를 빌리자면 Just One of Those Things. 하지만 어떻게 된 것인지 이 이틀 동안의 밤은 결국 녹음으로 봉인되었고 우리는 원할 때마다 이 곡들을 꺼내서 그날의 황홀한 밤을 재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 담긴 재즈의 명곡들을 다른 곳에서 접할 때마다 “아, 말로가 클럽 머디에서 녹음했던 그 노래”라며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게 되었다. 그날 밤은 우리의 ‘오리지널 버전’을 만들어 준 특별한 밤이 된 것이다.
[재즈클럽 Muddy]
머디(Muddy)는 2025년 6월 개장한 군산 최초의 재즈클럽이다. 라이브 녹음은 개장 1년전 2024년 5월30, 31일 이틀간 진행했다. 말로는 지난 2019년 11월 머디가 들어설 건물의 내부를 철거한 자리에서, 클럽 착공을 축하하는 공연을 한 바 있다. 클럽이 완공되고, 개장 전 가장 먼저 무대에 오른 뮤지션도 말로가 됐다.
머디는 군산 도시 재생을 위한 ‘Re\Turning’ 프로젝트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지난 2019년 군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시 돌아오는 군산’으로 만들겠다는 큰 꿈을 담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머디는 일제 강점기때 지어진 목조 주택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고, 최상의 음향 컨디션을 구현할 공간으로 설계했다. 그 결과 100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아주 특별한 재즈 클럽이 됐다.
이 앨범의 주인공은 시간이다. 삶의 우연한 시간 속에 던져진, 다시는 재현 불가능한 일회적 사건이 앨범에 담겼다. 밴드 멤버 이명건, 황이현, 정영준, 이도헌은 절정의 연주를 들려주며, 그 시간을 선물로 만들었다. 말로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이들은 이제 눈빛만 보고도 서로를 완벽하게 읽어낼 만큼 음악적 영혼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대화는 더없이 충만했고, 관객들은 그들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뜨겁게 호응했다. 그러므로 이 앨범은 뮤지션의 것이자, 군산 관객들의 것이기도 하다. 공연 중 피아노 줄이 끊어지는 해프닝도 있었다(‘A time to love, a time to cry (Florzinha)’ 노래 어딘가에 그 찰나의 소리가 숨어있다). 살아있는 어떤 시간도 완벽할 수 없다. 이 앨범 역시 그렇다. 라이브의 운명이다.
라이브 녹음과 앨범 마스터링은 한국 유일의 그래미상 수상자인 황병준이, 라이브 사운드 감독과 앨범 믹싱은 최고의 엔지니어 윤정오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