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소년과 호랑이의 믿을 수 없는 대모험이 시작된다!
사람이나 동물의 변신을 다룬 이야기는 많고, 그에 따른 판타지적인 설정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것을 현실적으로 풀어내 설득력을 갖는 일은 쉽지 않다. 조은주 작가는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 사람이 호랑이가 되는 비현실적 이야기를 지극히 현실적인 공간에서, 바로 지금의 이야기로 사실적인으로 풀어나간다. 첫 등장부터 할아버지가 호랑이라는 사실을 주저하지 않고 밝힌 작가의 기개는 판타지적 이야기를 실감 나게 풀어냄으로써 할아버지와 손자가 가는 길을 마음 졸이며 따라가게 만든다.
비로 눈에 비친 할배는 여느 할아버지들처럼 평범하고 다정한 할아버지다. 엄마 언제 오냐고 징징거릴 때마다 어린 비로를 등에 태우고 이 방 저 방 달리며 “나는 백두산 호랑이다! 어흥!” 하며 놀아 주던 따뜻하고 정 많은 할아버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할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할배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깎아도, 깍아도 누런 털이 자라고 털에서 배어나는 지독한 냄새가 좁은 집을 가득 채우더니 점점 호랑이로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뜬금없이 백두산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한다. 남과 북을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는데 어떻게 백두산에 가겠다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비로 아빠는 백두산을 그리워하는 아버지를 위해 강원도의 두타산 코앞으로 이사를 감행하고, 비로는 전학까지 왔다. 하지만 할배는 두타산을 바라보고 오르는 것만으로는 ‘백두산으로 돌아가라!’는 마음속 외침을 외면할 수 없게 되자 드디어 집을 나가기로 결심한다.
■ 백두산을 향한 모험, 그리고 그 뒤를 쫓는 그림자들
호랑이가 된 할배를 도저히 혼자 보낼 수 없었던 비로는 무작정 할배를 따라나선다. 하지만 아무리 위장을 해도 할배의 정체는 금방 탄로 나 버리고, 호랑이에 잡혀간 초등생이 있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관련 기사가 온갖 포털을 도배한다. 비로에 대한 걱정과 호랑이에 대한 두려움을 안은 채 수색대가 꾸려지고, 밀렵꾼 척지상은 기사를 접하는 순간 돈 냄새를 맡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호랑이 가죽 수집가 야마모토 회장과 연결된 척지상은 회장의 집착과 지시로 위험을 감수한 채 할배의 뒤를 바짝 쫓고, 할배는 짙은 초록과 어둠을 뚫고 수색대와 척지상의 추적을 따돌린다.
호랑이인 할배를 자신이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 비로는 자신들을 겨눈 척지상의 총구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할배를 따르고,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곤 하는 설악산의 신 설영도 함께하며 할배와 비로의 여정을 돕는다.
점차 완전한 호랑이로 변해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이다운 걱정과 호기심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도 할아버지를 향한 마음에 집중하려고 하는 비로와, 백두산에 가고자 하는 욕망과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는 슬픔 속에 갈등하는 할아버지의 서로를 향한 애틋한 배려가 마지막까지 각별하게 느껴진다. 할배와 함께한 마지막 여정을 통해 왜 그토록 할아버지가 백두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지 알게 된 비로는, 이 땅의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가슴에 품은 채 살아온 할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호랑할배의 손자라는 사실이, 할배가 어디에 있든 자신을 잊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비로의 마음을 뜨겁게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