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싶다면 우리 말 들으란 말이오!
문재인 정권 말기, 국민의힘이나 보수언론이 정치공세를 위해 억지 주장하는 것을 제외하고 데이터로만 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코로나 위기 상황임에도 무역, 수출, 외화보유액, GDP, 경제 규모 순위 등 관련 데이터에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데 이 정부는 왜 그 높은 지지율을 다 까먹었을까?
부동산 정책 실패, 플러스 개혁에 대한 피로감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집권해 개혁 작업은 당연사였고, 우리 국민은 전폭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밀어줬다. 그러나 적폐 청산이라는 단어가 집권 4년 차까지 흘러나왔고 검찰, 경찰, 언론 개혁의 지지부진함에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의석과 힘이 없어 일을 못한다”라고 호소하기에, 행정 권력에 지방 권력, 거기다가 의회 권력까지 몽땅 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몰아줬는데, 결과는 ‘시끄러움’뿐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의 병적인 법, 과정, 그리고 절차를 중시하는 모호한 태도가 더해
져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한 국민이 이 정부와 민주당에 준 애정을 회수한 것이다.
전략보다 진심 어린 사과가 먼저인 까닭이다.
팟캐스트 <이이제이>, 이동형tv,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의 대장 이동형 작가, 현 열린민주당 대변인이자 유튜브 <김성회의 옳은소리>의 진행자로 시민에게 바짝 다가선 정치인 김성회, 해박한 지식과 눈높이 해설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박진영 정치평론가 이 세 명이 뭉쳐 어려운 싸움으로 치닫는 이재명에게 승리를 안겨줄 히든카드를 꺼낸다.
운동장은 언제고 기울어 있지 않은 적이 없다. 이번 20대 대통령 선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후보인 이재명은 한쪽이 기운 언론 지형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다음은 단 4일 만에 쏟아낸 이재명에 관한 악성 기사들이다. 단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편파성 기사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1. “박영수, 인척 회사 통해 화천대유 돈 받은 의혹”
2. 이재명, 대장동 공문에 최소 10차례 서명
3. 김만배 영장 기각… 우려했던 졸속수사, 특검만이 답이다
4. 김오수, 검찰총장 임명 전 5개월간 성남시 고문변호사 활동
5. ‘대장동, 큰 게 있다’ 느낌 확 온 순간들
6. 이재명 28% 쇼크? … 컨벤션효과 없고, 복수 조사서 지지율 폭락
7. 이낙연 표 14%만 이재명에, 컨벤션효과 대신 후유증만 남았다
8. “나에게 돈이 오지 않고도 뇌물 받는 법 있다”[한판승부]
9. 뒤늦게 성남시 압수수색 나선 검찰… 이재명까지 올라가나
10. 文, 대선후보 이재명과 첫 만남… 인사도 않고 헤어졌다
이 중에서 ‘21년 10월 16일 자 《조선일보》 1면, 단독보도를 보자. “이재명, 대장동 공문에 최소 10차례 서명” 이동형 작가는 “그래서? 이게 뭐 어쨌다는 건가?”라고 반문한다. 사업을 시행하고 끝내는 데 시장 결제 사인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건만 뭔가 있는 것처럼 ‘제목 장사’를 하고 있어 기가 찬다는 것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포함, 통신사, 인터넷 매체까지 모두 합심해서 이재명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독 이재명에게만 가혹하리만치 이런 ‘정의(?)’의 펜을 들이미는 것은 대한민국 비주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된다면 기득권 언론사, 언론단체, 언론인들이 더는 해 먹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닌지 의심해본다.
더불어 이동형 작가가 명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극성지지자들인 ‘똥파리’들의 행태를 폭로하고, 포퓰리스트 논쟁, 형수 욕설 논란, 여배우 스캔들, 대장동 의혹까지 이재명에게 덧씌워진 오해의 진실에 독자들이 한 발짝 다가가게 해준다.
민주당 처지에서 단 한 번도 쉬운 적 없었던 선거지만 이번엔 특히 서울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늘 홈그라운로 여겼던 서울을 이번에는 집중공략지역으로 정하고 후보부터 지도부까지 총출동해 성심성의껏 민심을 달래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 작가는 역사를 들어 민주당 대선 승리 공식을 언급하며 이재명이 한 걸음 다가섰다고 평가한다. 첫째는 PK 출신이라는 점, 둘째는 경기도에서 지지 않는다는 것, 셋째는 김대중이 DJP연합, 노무현이 수도 이전 공약의 논쟁적인 아젠다를 던져 대선판을 본인 것으로 만들었듯 이재명에겐 기본시리즈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카드가 있다는 점을 든다.
다시는 민심 이반이 없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이동형 저자는 두 가지만 제안한다. 취임 초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한 김영삼과 같은 승부사적 리더십을 발휘할 것. 또 하나는 이재명의 약점 중 하나라고 지적받는 인사는 이번 대선전에선 정말 만사가 될 확률이 높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와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은 임명 금물이다. ‘코드 인사’라고 비판받아도 강행해야 한다.
이 세 명의 지략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명제가 있다. 기득권을 해체하라는 요구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관료 기득권 세력의 힘을 약화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국가와 공공의 역할을 높이고 국가재정의 지출 방향을 소외된 사람들을 향하게 해 국정운영의 방향이 실질적으로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향이 되도록 설정해야 한다.
이제까지 대선을 통틀어 놀라운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대통령은 시대정신을 만들어 선점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달리 말해 대선 승리의 결정적 요소는 누가 더 시대정신에 가까운 후보였냐이며, 누가 더 시대정신을 잘 구현해냈느냐이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공정과 정의’ 등은 한발 앞선 테제이거나 너무 추상적이다. 불평등과 양극화, 검찰개혁, 언론 개혁, 부동산 문제 등등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각 분야 기득권 세력이 공통분모로 자리 잡고 있다. 기득권과의 싸움이라는 깃발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자 이재명 후보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이라는 범주에는 586 정치인과 정규직 노조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가치에 동의한다고 아무 정치인이나 시대정신을 만들어갈 수는 없다. 자기 삶에서 그 가치를 실현해온 사람이어야 국민과 공감하고 동의를 끌어낼 수 있다.
김지하는 5적을 명명했었다. 깊고 어두운 적폐의 시절이 50년이나 지난 지금, 신 5적을 꼽으라면 고위공직자와 재벌은 그대로이고 법조계, 언론, 그리고 부동산 개발업자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고위공직자는 쉽게 말해서 행정고시를 통과한 직업공무원이다.
신 5적을 두고 국민이 즉각적으로 정의와 공정을 느끼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대중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배려를 줄 때보다, 강자를 혼내 줄 때 더 통쾌함을 느낀다. 사회적 악이나 불의의 강자가 쓰러지는 것을 볼 때,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라고 어벤져스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