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싫어하는 건 한쪽만 싫어하는 것보다 낫다”
《보노보노 21》은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한다.
아빠와 단둘이 사는 보노보노 가족, 부모님과 누나 둘, 거기에 매형까지 있는 포로리 가족 등 숲속에도 다양한 가족이 존재한다.
이가라시 미키오 작가는 가족이란 수가 적으면 문제의 뿌리가 깊고, 수가 많으면 문제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또 ‘가정이란 불행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어느 영화감독의 말을 인용하여 큰곰 가족을 설명한다. 단순한 4컷 만화를 읽으면서도 가족에 대한 성찰까지 하게 만드는 만화! 바로 <보노보노>다.
<보노보노>에는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한다.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 사는 보노보노 가족. 엄마가 등장했었지만, 또다시 먼 길을 떠나 아빠와 단둘이 사는 너부리 가족. 부모님과 누나들이 있지만 독립해서 혼자 사는 포로리, 늘 고독한 야옹이 형은 1인 가족이다. 엄마, 아빠가 별거 중인 큰곰 대장 가족과 담비 가족은 왠지 닮은꼴이다.
비록 완벽한 가족은 아니어도 늘 웃음이 있고, 가족애가 흐른다. 하지만 가족 관계라는 게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도 넌지시 알린다. 가족이란 그런 것.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늘 문제가 있지만 가족은 서로 사랑하면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전한다.
《보노보노 21》은 가족과 관계에 대한 질문과 성찰이 전편에 흐른다.
아빠의 소중한 물건이 없어졌다. 그걸 찾기 위해 애쓰는 보노보노.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정직하게 털어놓기로 하자 지옥이 끝났어!”라는 포로리의 말이 명쾌하게 다가온다.
넓고 넓은 지구 어딘가에 나와 닮은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런 상상력이 《보노보노 21》에서 구현된다. 보노보노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만나고 싶다. 궁금증은 작은 여정, 작은 모험으로 이어진다.
산에서 내려온 대장과 시니컬한 야옹이형의 긴장 관계는 변함없이 지속된다. “서로 싫어하는 건 한쪽만 싫어하는 것보다 낫다”라며. 보노보노와 포로리, 너부리는 성격도 취향도 다른 친구들이다. 관점이 다르니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가령 누구나 박쥐를 싫어하지만 너부리는 박쥐가 멋지다고 생각한다. 너부리의 관점으로 박쥐를 바라보는 보노보노는 과연?
작은 일상에서 건져 올린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삶에 다채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보노보노》. 좋은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