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레이 브래드버리
SF 문학의 입지를 주류 문학의 위상으로 끌어올린 전설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는 20세기 미국 SF 황금기를 이끈 대표 작가이다. 우주를 새로운 정복의 대상으로, 전쟁과 기술 발전을 주요 소재로 삼은 동시대 작가들과는 달리 브래드버리는 어디서도 변하지 않을 인간의 본성에 집중했다. 그의 서정적인 문체와 시적 감수성, 자유로운 상상력은 SF의 범주를 넘어 수많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책이 금지된 근미래의 사회를 다룬 디스토피아 소설이자 문명 비판서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화씨 451』로 잘 알려졌지만, 그의 진가는 단편소설에서 더 잘 드러난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그는 끝까지 작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일주일에 사흘을 도서관에 머무르며 습작에 몰두했다. 브래드버리는 스무 살에 발표한 첫 단편 「홀러보첸의 딜레마」를 시작으로 《위어드 테일스》 등 수많은 잡지에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며 명성을 쌓았다. 이후 70여 년의 작가 생활 동안 300편이 넘는 단편을 발표했고, 『화성연대기』,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등 발표한 단편들을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픽스업 소설’로 그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중에서도 『시월의 저택』은 브래드버리가 55년간 틈틈이 발표한 ‘엘리엇 가족’에 대한 단편을 모은 것으로, 작가가 가장 사랑한 책으로도 알려졌다.
소설, 시, 희곡, 에세이, 동화, 영화 시나리오 등 다방면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브래드버리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2000년, 미국 문학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SF 작가로는 최초로 전미도서재단으로부터 평생공로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프랑스문화훈장, 퓰리처 특별 표창을 수상했다. 그가 91세를 일기로 타계했을 때 전 세계 문화계 인사들이 애도를 표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는 그의 이름을 딴 ‘9766 브래드버리’라는 소행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