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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작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
강력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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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끝 붉은 봉숭아 물처럼
작지만 선명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평범한 하루도 반짝일 수 있어”
어린 날의 기억에서 채집한 행복의 조각들
◆ “조용하게 용감한 사람의 글은 이렇게 하릴없이 사람의 마음을 물들인다”
〈남매의 여름밤〉 윤단비 감독, 《참 괜찮은 태도》 박지현 작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의 마음을 움직인 에세이스트의 등장
반에서 한 명쯤은 있을 법한 조용하고 평범한, 그래서 모범적인 아이로 종종 오해받는 학생. 책 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큰 귀가 자꾸 신경 쓰여서 머리카락을 내려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리고, 기권할 용기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부반장을 떠맡는 소녀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 대신 남들의 기대에 따라 당시 인기가 많았던 교육대에 들어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고, 학부모와 동료 교사들에게도 제법 인정받는 선생님으로 살았다. 13년 동안 한결같이.
그러나 어느 날 아침, 끔찍한 어지러움과 함께 한쪽 귀의 청력을 완전히 잃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제대로 설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일상은 멈춰 버렸다. 그러고 나자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서 혹은 사회의 기준대로 사는 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깨달았다. 이제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새로운 삶을 꾸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스스로 말했듯, 그는 “책에 등장하기엔 다소 심심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실을 깊이 파고들지 않고 오히려 평범한 일상을 사랑스럽고 특별하게 바라보는 귀덕 작가의 시선에는 따뜻함과 진중함이 공존한다”는 백세희 작가의 말처럼 그의 글에는 읽는 사람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 생생히 살아 있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슬쩍 잊고 살아가던 기억 속에서 기어코 찾아낸 작은 행복들을 함께 되새기는 동안 독자들은 귀덕 한 사람만의 특별한 경험이 아닌 나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였나. 봉숭아 관찰 일지를 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봉숭아의 쌍떡잎이 커 가는 과정을 보며 정말 조용하고 용감한 식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감정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 조용하게 용감한 사람의 글은 이렇게 하릴없이 사람의 마음을 물들이는구나’ 하고 말이다.” _윤단비 감독, 추천의 글 중에서
◆ “어린이의 투명한 시선으로 오늘 하루치의 행복을 찾는 동안
나는 조금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어린이와 어른, 서로를 물들인 성장의 기록
단짝 친구와 하굣길에 용돈으로 아폴로, 쫀드기 사 먹기, 내 이름이 언제 불릴지 두근거리던 피구 팀 정하기, 개학 전날에서야 급하게 시작하는 밀린 일기 쓰기……
이 책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친숙한 장면들로 시작한다. ‘아, 맞아, 그랬었지!’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잊고 있었던 행복이 그때 그곳에 숨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와 더 친하게 지내야 한다며 다투며 괴로워하고 남몰래 짝사랑을 시작해도 표현할 수조차 없었던, 그러니까 너무 어리고 서툴러서 어떤 의미인지조차 알 수 없었던 마음들도 있다. 이런 기억들을 더듬어 가다 보면 어느새 어른이 된 나의 마음도 따스하게 안아 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우정이 꼭 영원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문득 생각난 이름 앞에서 연락할까 망설이다가 그냥 조용히 그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되는 날도 있다. 비록 지금은 연락이 닿지 않는 사이라 해도, 그때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그 시절만의 우정이 있었기에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내 안에 남아 있는 그 시간들은 어쩌면 지금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작은 용기이자 위로인지도 모른다.”_본문 중에서
귀덕 작가가 학교에서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한 2부에는 어린이만의 투명하고 솔직한 시선이 담긴 대화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아이들은 어느새 인생을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의 가치도 잊어버린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멋진 모습을 보여 준다. 자신의 역할을 성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과 존중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 잠시 다툴 수는 있지만 우리 관계는 언제든 좋아질 수 있다는 관계를 향한 긍정적인 시선 등이 그렇다.
이렇게 어린이의 투명한 시선으로 찾아낸 오늘 하루치의 행복과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들은 정신없이 시간에 쫓기던 어른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 어른이 되면 저절로 멋있어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한없이 서툴기만 한 우리들에게
“울고 나서도 쓱 눈물을 닦고 다시 출근하는 사람,
그게 어른이라면 멋지지 않아도 꽤 아름답다”
내 안의 어린이, 내 바깥의 어린이들을 만나는 여정은 자연스럽게 ‘이제 어른이 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 대답은 때론 안쓰럽고, 때론 귀엽다. 엄마가 일일이 챙겨 줄 수 없는 워킹맘이어도 씩씩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며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스스로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규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론 ‘그럴 수도 있지’하고 힘을 빼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내가 일하는 자리에서, 사회 속에서 어떤 모습의 어른이어야 할지 고민하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모든 걸 잘하는 게 아니라, 모르고 서툰 대로 그저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흔들리면서도 사랑하고, 지치면서도 웃고, 울고 나서는 다시 세수하고 출근하는 사람. 그렇게 매일을 살아 내는 게 어른이라면 멋지지 않아도 꽤 아름답다.”_본문 중에서
완벽하게 모든 걸 해내야 어른이 아니라 부족한 내 모습까지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사회의 정답이 아닌 내 마음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마치 우리가 오래전 아이였을 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별것 아닌 평범한 일상인 것 같았는데 나중에 되돌아보면 반짝이는 순간들로 가득했던 것처럼, 지금도 그렇지 않을까? 그걸 너무 뒤늦게 알아차리고 싶지는 않은 우리들에게 이 책은 다정하게 권하고 있다. 오늘 하루의 끝에서 반짝이는 순간 하나쯤을 찾아보자고. 우리 마음을 작고 선명한 행복으로 물들여 보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