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투병기가 아니다.
무지갯빛처럼 다양한 암 환자의 세계로 안내하는
든든한 친구 같은 책!
-양선희(한겨레신문 기자), 신윤정(세브란스병원 간호팀장) 강력 추천
여성 100명 중 1명은 유방암 유병자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유쾌하고 솔직하고 친절한 경험자의 이야기
저자는 “나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가치 있게” 쓰이길, 특히 유방암을 경험했거나 경험하는 중인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자신의 투병 경험을 들려주는 것은 물론 한편으로는 전문 서적 못지않게 ‘유방암’을 파헤치면서, 또 한편으로는 유방암 환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친절하고 상세하게, 담담하거나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그 첫 번째가 항암 치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부작용에 관한 서술이다. “딱 죽지 않을 만큼의 고통을 선사한다”는 항암. ‘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죽음의 과정’답게 항암 치료는 극단의 부작용과 그에 따른 고통을 수반한다. 온몸의 털이 빠지고 부종과 수족증후군, 근육통, 불면증, 발진, 시력 저하 등 크고 작은 부작용 사례와 그 부작용에 대처하는 노하우 역시 공유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암 멀티버스’에 진입한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또 있다. 암 프리미엄 상품들이다. ‘암 환자를 위한’ 또는 ‘암 예방을 위한’이라는 문구가 추가됨과 동시에 서비스나 물품 가격이 훌쩍 뛰기 때문에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상품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저자는 요양병원과 영양제, 음식과 화장품, 가발, 옷 등 암 환자를 위해 준비된 물품과 서비스를 솔직한 후기와 함께 소개한다. 암 환자에게 이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게 또 있을까. 실용성과 더불어 ‘당신’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아파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잖아?
항암 치료 중에도 배달 일을 하고 살사 댄스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살아가는 법을 멈추지 않았다
이 책을 추천한 이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투병기가 아니”(양선아)고 “단순한 투병기가 아니”(신윤정)라는 것이다. 저자 강현성은 서문에서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라며 “유방암 환자로서 맞닥뜨린 순간과 감정들이 많이 담겼지만 이마저도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순간들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저자는 항암 치료 중에도 도보로 음식 배달 일을 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살사 댄스를 배우고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아파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고, 하고 싶은 게 많았고, 다른 일에 집중함으로써 고통을 잊어야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날이 좋았다.
항암 치료가 시작되니 온몸이 무너져 내렸다. 끔찍한 고통에 마약성 진통제를 달고 살아도 그때뿐이다. 몸이 힘드니 마음까지 힘들다. 그러나 가만 누워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없다. 지나간 날의 후회와 오지 않을 것 같은 완치의 그날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뿐.
나가야 했다.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체력을 키우고 머릿속을 환기시켜야 했다. (149쪽)
삶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내면이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도,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아픈 몸을 이끌고 배달 일을 나갔다. 날이 좋아서 좋았고, 날이 안 좋아서 또 좋았다. 날이 좋으면 도보로 배달하기 좋았고, 날이 안 좋으면 보너스 배달료가 많이 붙어서 또 좋았다. 이런 긍정적인 사고가 저자 본인에겐 평범한 일상이고 다른 사람들에겐 특별한 투병기로 읽히는 『아파만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를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오해와 우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이러한 환자답지 못한 일상을 밝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억측과 오해가 생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경험들을 부러 펼쳐놓고 싶은 이유가 있다. 울지 않고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싶었다. (중략) 나는 환자 당사자에게, 그 가족에게, 그 주변인들에게, 그리고 아플 수 있는 누구나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암에 걸렸다고 만날 울면서 지내진 않는다고. 환자의 모습은 다양하다고. 두려움에 잠식당하지 말고 그냥 일상을 살라고. (146~147쪽)
세상에 수많은 병이 존재하듯 환자의 모습 또한 다양하다. 저자는 그 다양한 모습, 또 다른 일상의 가능성을 직접 경험한 뒤 들려준다. 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다. 암에 걸렸다고 해서 내 삶이, 내 세상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고, 당신은 분명히 나을 거라는 것.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