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한국 아이스하키의 역사는 정몽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자신과 한국 아이스하키의 30년 동행 여정을 돌아본 최초의 에세이
한국 유일의 아이스하키 실업 팀 HL 안양 아이스하키단의 구단주이자 ‘아이스하키 마니아’로 잘 알려진 정몽원 HL 그룹 회장이 자신의 30년 빙판 인생, 그 여정을 회고하는 에세이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를 펴냈다.
정 회장은 HL그룹을 이끌고 있는 성공한 기업인이다. 동시에 1994년 HL 안양 아이스하키단 창단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간 한국 아이스하키에 헌신하며 ‘스포츠인’으로서도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그는 대중의 무관심과 빈약한 저변 등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사심 없는 열정과 불굴의 의지로 HL 안양 구단은 물론 한국 아이스하키 전반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었다.
그가 창단을 주도한 HL 안양은 일본과의 연합리그인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에서 8번이나 챔피언에 등극한 아시아 최고 명문 구단이다. ‘국가적 재앙’이었던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20년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 19 팬데믹 등 혹독한 시련으로 함께 빙판을 누비던 팀들이 하나 둘 사라질 때도 꿋꿋이 살아남아 한국 아이스하키의 명맥을 유지시킨 존재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2013년부터 8년 넘게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며 변방에 머무르던 한국 아이스하키를 국제 무대의 중심부로 진입시켰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끌어냈고,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몰고 온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산파 역을 했다. 특히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2017 IIHF 아이스하키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에서 2위를 차지, 2018 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 톱 디비전)으로 승격하는 기적과 같은 쾌거를 만들었다.
이처럼 물심양면으로 한국 아이스하키를 위해 헌신한 공로로 2020년 2월에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영예를 누렸다.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는 이 같은 영광의 순간뿐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기억, 시련을 딛고 다시 도전해 성취를 이루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 등 그가 빙판에서 겪은 30년 세월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 회장이 이 책을 발간한 배경이다.
그는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대중의 지지와 응원을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하는 것, 오직 그 생각만이 집필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과거를 공유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아이스하키의 감동과 재미, 매력을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내 단 한 명의 팬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다는 것이 ‘아이스하키라는 스포츠에 중독된 기업인’ 정몽원 회장이 경영으로 바쁜 틈을 쪼개고 나누어 집필한 저서를 출간한 목적이다.
그런 배경 때문에 기업인이나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아이스하키 팬의 관점에서 조금은 무게를 내려놓고 진지함 속에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자세로 책을 서술했다. 정몽원 회장의 아이스하키 인생에 있어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HL 안양과 한국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스토리가 중심을 이루며, 아이스하키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매개로 하는 비즈니스와 외교에 대해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전한다. 아이스하키를 낯설게 여기거나,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여 다가가기 어려웠던 팬들의 접근과 이해를 돕기 위해 초심자들을 위한 관전 가이드 꿀팁도 덧붙였다.
정 회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아이스하키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팬들 덕분이다. 우리 아이스하키를 지켜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또 새롭게 아이스하키에 관심을 갖는 팬이 단 한 분이라도 늘어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은 희망을 갖고 『한국도 아이스하키 합니다』를 펴냈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이 책은 아이스하키 팬은 물론이고, 스포츠 행정과 외교, 스포츠 마케팅과 비즈니스 전반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수작으로, 한국 최초의 ‘아이스하키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