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결정적 순간에 직관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도로를 운전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데 불현듯 이상을 감지한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왠지 앞으로 더 가면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이 느낌에 따라 차선을 바꾸거나, 다른 길을 찾아 우회해 가다 보니 가려던 길에 고장 난 차량이 서 있거나 사고가 났다.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그간 운전하면서 얻은 그 지역에 대한 경험에 따라 교통 패턴 데이터, 혹은 차의 움직임이나 운전자들의 운전 방식 등과 같은 미묘한 변화를 포착해 대응한 덕분에 정체를 피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는 매 순간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크고 작은 결정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내린다. 바로 이때 직관이 작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직관이란 과연 무엇인가? 직관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분석하거나 논리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즉각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다. 조엘 피어슨의 연구에 따르면 직관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뇌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 기억에 저장되어 있던 이전의 경험과 패턴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발현된다. 즉 무의식적으로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뇌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종종 ‘감’이나 ‘직감’으로 설명되며, 특히 천재들이 혁신적인 발견을 끌어냈을 때 빛을 발했다. 사용자 입장에 맞춘 최적의 디자인을 고안한 스티브 잡스는 ‘직관적’으로 꺼내든 아이디어로 세계인을 사로잡는 아이폰을 개발해 냈으며, 물리학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이론을 도출하거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들이 음악적, 영화적 직관을 통해 각자의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해 낼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직관은 고도의 창의력과 통찰력을 요구하는 작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훈련하고, 경계하라”
최고의 결론을 도출하는 다섯 가지 법칙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활동은 모두 뇌에서 주관한다. 뇌 속의 수많은 신경 세포 간 연결 속에서 인간은 훈련을 통해 타고남을 뛰어넘어 성취할 수 있는 영역을 넓힐 수 있고 혹은 중독과 같은 반작용으로 인해 그 기능을 취약하게 만들기도 한다. 신경 가소성에 대한 전 세계 뇌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속에서 조엘 피어슨은 직관이 개입하는 순간에 주목했다. 직관은 아직 뇌과학에서 중심 연구 분야는 아니나, 비교적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한 주제이면서 인간의 일상에서는 아주 가까이 맞닿아있다.
직관을 제대로 사용할 때, 우리는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큰 실수를 범할 수 있다. 투자자들이 시장의 직관에 따라 결정을 내릴 때 과도한 리스크를 초래해 금융위기를 초래한 사건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결정의 순간 직관이 불완전한 정보나 잘못된 패턴에 따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피어슨이 제시한 SMILE법칙은 직관에 따른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게 해준다. 첫째, 직관을 사용할 때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관을 우선시해야 한다. 직관은 경험에서 나온 패턴 인식에 의존하므로, 경험이 많은 분야 즉 스스로 숙련된 환경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둘째, 가능한 한 다양한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직관을 보강해야 한다. 인간의 경험치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셋째, 직관을 사용할 때는 항상 그 직관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후속 분석’을 통해 직관의 정확성을 사후에 점검해야 한다. 넷째, 직관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졌다면 이를 인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관을 사용할 때는 자신이 감지한 감정이나 편향을 인식하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직관과 나쁜 직관의 차이는 경험과 인식에 달려 있다. 이 책을 통해 직관을 단순한 직감에 그치지 않고 신뢰할 수 있고 통찰력 있는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향상해 개인이 범하는 오류의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더 정확하고 자신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