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은 48세가 되던 2018년, 안경 프레임 브랜드 ‘프레임몬타나’를 설립했다. 패션 카테고리에서 잡화, 잡화에서도 맨 끄트머리에 자리한 안경의 재탄생 선언이었다. 단순 시력보조기구를 넘어 아름다운 안경, 자기 정체성의 표현 도구로서의 안경은 생경한 개념이었다. 그의 안경 철학은 확고했다. 눈을 정확히 커버하면서 아름다울 것. 헤리티지 반열에 올라 대물림하기에 걸맞는 가치를 지닐 것. 순전한 백자를 향한 집념의 도예가가 고집하는 기준, 그 절대성을 추구했다. 가성비, 자발적인 착용 외 유명인 협찬, 소재 타협, 유행 편승 따위는 그가 만드는 안경과 함께 할 수 없었다. 고가임에도 ‘프몬’ 마니아가 하나둘 생겨났고 보란듯이 해외로 진출했다.
“가성비라는 단어는 가치와 무형의 것으로 승부하는 대상의 평가 기준으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가치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어느 나라 소비자들은 안경을 평가할 때 맨 먼저 모양새와 전체적인 밸런스, 감각에 와 닿는 아름다움을 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름다움과 같이 표현하기 힘든, 그러나 분명히 느껴지는 무형의 가치를 평가하는 의견을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_ 본문 중
그에게 안경은 1mm의 미학이다. 림(렌즈를 감싸고 있는 부분), 코 브릿지, 템플(다리) 등 안경을 구성하는 요소의 1mm 차이, 전체 밸런스에서의 1mm 차이가 전혀 다른 안경을 만든다고 말한다. 안경 뿐이 아니다. 아주 조금 다른 관점, 아주 미세한 사고의 전환이 새로운 나, 새로운 내일,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안경 미학을 바꿔 놓은 최영훈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남다름을 실행하는지, 일과 삶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어떤 관점에서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지 세 개 카테고리(생각의 1mm, 탁월의 1mm, 살아감의 1mm) 472개 메시지를 통해 전달한다.
한끗을 뛰어넘은 사람만이 말할 수 있는
도약의 비밀
그가 비즈니스 현장과 매일의 생활에서 온몸으로 체득한 1mm 점핑 이야기를 읽다 보면 네 가지 명제가 떠오른다. 먼저, 도약 전에 오랜시간 관심과 관찰과 숙고가 있었다. 1940, 1950년대 생산된 프랑스 빈티지안경의 세계적인 수집가로 남다른 안목을 갖기까지 그는 상당한 돈, 시간, 발품을 투자했다. 눈과 손을 포함한 감각을 단련시켰고 그 과정에서 작은 차이를 감지하는 미감을 익혔다. 실제 구현하는 방법도 체화했다. 크라운 판토(윗부분이 왕관 모양 같다하여 이름 붙여진 안경테)의 경우 용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일본보다도 먼저 모델 재구축을 시도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에 있다. 물론 끈질긴 관심의 밑바탕에는 안경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두 번째, 확신이 있었다. 다시 말해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본인 스스로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 힘은 강하다.
“요즘 제가 느끼는 건, 학생이건 은퇴를 앞둔 부장님이건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 답을 갖고 있는 비율이 5퍼센트 미만 같다는 겁니다. 누가 저에게 네가 가진 유리한 조건 중 단 하나만 가진다면 뭘 가질래 물어본다면, 저는 1초도 주저 않고 대답합니다. 뭘 할지를 확실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_ 본문 중
세 번째,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모토를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추구했다. 그냥이 없다. 최고급 소재는 기본. 안경클리너는 포켓스퀘어 겸용으로, 안경케이스는 소품 수납함 내지 미니 파우치 겸용으로 쓰도록 만들었다. 브랜드 컬러를 선정해 관련 모든 요소에 일관되게 적용했으며 전 세계 안경 브랜드 최초로 종이 안경을 만드는가 하면, 역시 전 세계 최초로 안경 모양 브로치를 만들어 안경 패키징에 포함시켰다.
“안경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제가 늘 되새겼던 생각은, 남과 달라야 한다, 남보다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남들 하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는 건 단 하나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혁신과 창의란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닙니다. 부족한 것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봤는가? 얼마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봤는가? 이 두 가지에서 시작합니다.” _ 본문 중
마지막으로, 자존심이 강했다. 그의 자존심은 존재감 없는 삶을 살기란 죽기보다 싫은 마음이다. 자신을 온전히 세우기 위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상대적 잣대가 아닌 절대적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며, 자기 인정을 위해 대가(노력)를 지불하는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언제고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요즘 어디를 가든 ‘자존감’을 찾는데, 자존감의 원조와 근원과 본질은, 자기애에서 비롯된 진짜 자존심입니다. 진정한 자존심이 자아를 움직이고, 바로 선 자아에서 자존감이 생겨납니다. 이것이 순서입니다. 그러하니 먼저 자신을 사랑하기에 힘쓰십시오. 자존감을 되찾고 싶다면요.” _ 본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