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람객이 작품 감상에 소비한 시간은 작품당 평균 17초였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미술 애호가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과연 얼마나 제대로 작품을 감상하고 있을까? 저자는 인파에 떠밀려 가면서 유명 작품을 ‘보았다’라고 인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품을 한 단계 깊이 ‘읽어 내기’를 제안한다.
독일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저자는 그림 한 장을 오래도록 바라보기를 즐기고 그림 한 장으로 교회 역사를 설명하기 좋아한다. 그림 잘 그리는 화가가 목사보다 낫고, 긴 설교보다 그림 한 장이 더 강렬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남긴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그림을 읽어 내는 과정은 성서 해석 과정과도 비슷하다. 우선, 화가와 시대 등 전반적인 배경을 설명한 후에(관찰), 신학자의 눈으로 그림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도상의 과정을 거치고(해석),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교훈을 제시한다(적용). 미술사적으로는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신학적인 해석은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서서 우리 자신과 교회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수태고지에서부터 탄생, 성장, 공생애, 예루살렘 입성, 유다의 배신, 최후의 만찬, 십자가에 달리심, 죽음, 부활 이후의 사건, 최후의 심판까지 예수의 생애를 다룬 종교화를 주로 다루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을 색다르게 해석하는 내용도 흥미롭다. 루터를 재정적으로 후원한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루터의 초상화를 그린 크라나흐의 작품, 루터가 그려진 종교개혁 제단화 등 루터와 종교개혁과 관련된 그림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림 밑의 큐알코드를 통해 저자의 유튜브 강연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