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는 청년들의 취업난이다. 학업을 마치고 첫 직장을 찾는 청년들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신들이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기 어렵다는 문제 이외에도 자신의 흥미ㆍ적성 등에 적합한 일자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에 취업하는 데 필요한 직무능력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어려움이 포함된다. 한편,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들도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와 같이 취업난과 인력난이 공존하는 미스매치는 1990년대 이래 우리나라 노동시장을 특징짓는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가 되어 왔다.
고용서비스는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치를 완화할 수 있는 주된 수단이다. 고용서비스는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에 인력수급을 위한 일자리 중개 기능을 중심으로 19세기에 태동하여, 20세기 초에는 실업자에 대한 소득지원으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노동시장정보의 제공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1990년대 후반에는 실업급여 수급자와 복지급여 수급자에 대한 활성화(activation) 정책으로 계속 발전해 왔다. 21세기에 들어서서 디지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현대 노동시장에서는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동성과 미스매치가 더욱 증가한다는 점에서 유럽 각국에서는 지속 경제성장의 핵심 전략으로 고용서비스의 현대화를 집중 추진하고 있다. 과거의 고용서비스가 공공고용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공공고용서비스와 민간고용서비스의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과거의 고용서비스가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용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고도 경제성장이 마무리되고 산업구조조정과 미스매치가 진행되기 시작한 1990년대이다. 지금부터 30년 전인 1995년 고용보험제가 시행되고 외환위기 속에서 1998년 고용센터가 설치되면서 고용서비스가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현대적인 의미에서 맞춤형 고용서비스 체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은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이 수립된 2005년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그동안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 등 두 번의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고용서비스는 많은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고용복지+센터로의 전환, 취업성공패키지와 국민취업지원제의 도입 등 맞춤형 서비스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민간고용서비스산업도 2010년 「고용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이 마련된 이후 취업성공패키지사업 등 대규모 민간위탁사업이 확대되면서 지난 15년 동안 크게 성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고용서비스를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서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그래서 직업상담사 자격을 가지고 고용서비스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들조차 고용서비스의 전체적인 맥락과 정책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오랫동안 고용서비스정책을 실제로 수립하고 집행했거나 연구해 온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용서비스정책에 관한 체계적인 책자를 마련하기로 뜻을 모아 본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본서는 현대 노동시장에서의 고용서비스정책과 관련 제도를 다루고 있다. 고용서비스의 역사적 발전 측면도 고찰하지만 최근 급변하고 있는 노동시장 속에서 고용서비스정책이 이론과 실제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본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고용서비스정책의 총론으로서 고용서비스의 의의와 역할은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고용서비스는 각각 어떻게 운용되고 서로 관련되는지를 다룬다. 제2부는 고용서비스정책의 각론으로서 고용서비스를 구성하고 있는 업무 영역별로 추진되는 정책의 내용과 관련 제도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제3부에서는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혁신과 변화의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전체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누구든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본서는 고용보험제의 내용도 함께 다루고 있다. 고용보험에 관한 이론적 논의 외에도 실업급여 수급자에 대한 활성화 정책과 이를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에 관한 해외 사례 등도 풍부하게 소개하고 있다. 고용보험은 사회보험의 하나이지만 노동시장정책 수단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회보장과 노동시장의 양 측면을 관통해 고용보험제를 종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서적은 매우 부족한 상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서는 고용보험제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서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본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상으로는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고용서비스 또는 직업상담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 공공 또는 민간 분야에서 직업상담 또는 고용서비스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현장전문가, 직업상담사 직업을 희망하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경제학·경영학·사회학·복지학·정책학·교육학·상담학 등을 전공하면서 고용서비스 또는 노동시장정책에 대해 공부하거나 연구하고자 하는 학생과 연구자, 그리고 고용서비스와 노동시장정책에 관해 정책 결정과 집행을 담당하는 행정공무원 등을 들 수 있다.
본서는 오랜 세월 동안 고용서비스에 관한 정책을 실제로 수립·집행하거나 연구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재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고용서비스정책에 관해 강의하고 있는 경험을 활용해 집필하였기 때문에 학업이나 실무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는 고용보험제 시행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본서를 기획하고 주로 집필한 본인과 장신철 교수는 30여 년 전에 함께 고용보험제를 설계하고 도입해 집행까지 하는 업무를 직접 담당했었다. 그러한 점에서 고용보험제 시행 30주년에 맞춰 본서가 출판되게 된 것은 필자들에게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한다. 모쪼록 본서가 공공과 민간분야의 고용서비스, 그리고 고용보험제의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5년 2월
필자를 대표하여
이 재 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