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바라보면서
행복과 불행의 경계,
그리고 신뢰와 불신의 경계
홍수연의 수필집 《별을 바라보면서》에 부쳐서
강 돈 묵(수필가·문학평론가)
수필은 문학의 어느 장르보다 작가의 삶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문학이다. 태생적으로 작가의 체험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문학이라
서 생활 패턴이 어떠하냐에 따라 결과물인 수필은 상당한 결의 차이
를 보인다. 물론 체험을 송두리째 기술하는 것은 아니고, 글감이 가지
고 있는 본질 찾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작가의 정신적 작용이
반드시 요구된다. 작가 자신이 삶 속에서 취택한 글감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함유하고 있는가를 해석해 내어 그것
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것이 수필문학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홍
수연 작가의 수필세계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소지를 가지
고 출발한다.
긴 세월을 건강 문제로 가족과 함께 있지 못하고 홀로 강원도 횡성
의 정금골에 가서 요양하면서 건강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리는 눈물
겨운 작가의 모습이 전편에 산재한다. 이런 일상에서 얻어진 글감은
보통 사람의 경우와 달리 작가 홍수연만의 남다른 참신한 세계가 전
개될 것이라는 기대를 쉽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글감은 상상이나 허구가 아닌 아린 체험의 결과물이
어서 절실하고 진솔한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홍수연 작가에겐
살아내는 한 순간이 소중한 것이고, 하루하루가 치열한 삶이다. 뿐만
아니라 그 삶은 많은 의미를 가지고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삶이 자의에 의한 선택이었다면 덜하겠으나
어쩔 수 없었던 것이라면 그 절박함에서 오는 긴장감도 작품의 완성
도에 기여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 차분한
대처 자체가 불가할 경우도 있겠다. 평자가 보기에 홍수연 작가는 이
런 역경을 슬기롭게 받아들여 나름 자신의 수필세계를 현명하게 꾸
려냈다. 어찌 보면 그토록 힘든 치료과정과 끝없이 밀려오는 고통과
외로움을 스스로 선택했고, 그 길을 완주하는 모습이 독자들에게 많
은 공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같은 완주는 혹독하리만큼 절제된 생
활을 지탱한 작가의 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커피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커피잔의 온기만으로 커피
를 음미하고, 굳이 내림 커피를 들고 향만을 즐기는 사람. 그 유혹을
참아내지 못하여 입에 한 모금 넣었다가 도로 내놓는 장면만 보더라
도 작가가 얼마나 독하게 자기 관리를 위한 절제를 하고 있는가를 짐
작케 한다.
한쪽에 자리 잡은 커피 내리는 기계에다 커피를 내리자 밤색의 커
피 액체가 하이얀 주전자에 모아진다. 그때 은은히 풍기는 커피 향
을 난 사랑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라 향을 마시
기 위해 아침마다 수고를 마다 않고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면서 오
늘 하루의 시작을 준비한다. …<중략>… 따끈한 커피가 향기만 남긴
채 차게 식어간다. 온다는 사람도 없는데, 계곡 쪽으로 물끄러미 초
점 없는 눈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바라보면서 한동안 앉아 있었
다. 이미 차갑게 변한 커피를 한 모금 목 안으로 흘려 보내본다.
“바로 이 맛이야 좋다!” 기분 짱인 것처럼 툭 내뱉는다.
-<커피 한 잔>에서
눈물겹게 자신을 관리하는 모습에서 작가의 일상을 금시 바라볼
수 있다. 이런 작가가 토해 놓는 고백은 신뢰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세계가 어떤 차별화를 시도하여 독자 앞에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
다. 그것은 독자의 노력에 의해 크고 작은 울림을 가지고 다가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