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서문
일본에서 출판된 의학서적은 상당히 실용적이고 구체적이어서 미국이나 유럽의 교과서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따라서 구체적인 일상 진료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도 많은 일본 의학서적이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실용적이라고 판단되는 일본의 의학서적 중 특히 『약의 의문 Q&A』를 선택한 것은, 이 책이 역자를 포함한 많은 의사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용에는 복제의약품, 약물 부작용, 의사와 환자 관계, 한약의 사용에 관한 것은 물론 잘 취급되지 않지만 상당히 중요하고 재미있는 주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라서 더욱 더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질문의 내용이 의사가 진료실에서 매일 만나고 고민하는 문제의 많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어, 실제적으로 아주 유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내용은 내과 중심이지만 의학 전반에 걸쳐 다루고 있어, 매일 거의 전 분야의 환자를 진료하는 개업의 선생님과 다른 과 진료내용이 필요한 전문의 선생님에게도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전 분야에서 약 30명의 저자가 참여해 각자의 분야를 기술하였고, 이를 정리하여 모은 것이 『약의 의문 Q&A』입니다. 저자가 많다보니 각 장의 문체가 조금씩 다르고 기술하는 방식도 다양하여 번역에 조금 애를 먹었으나 전체적으로 같은 형식을 취하게 하고, 일본문법상 번역하기 조금 어색한 문장은 역자의 판단으로 가급적 매끄러운 문장으로 편집하였습니다. 역자의 어학실력이 미천하여, 다소 틀린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통계학에 관한 것은 따로 해설하지 않았으며(기본적인 것이어서 다들 알고 계시리라고 믿습니다), 각 분야의 세세한 내용도 책의 분량을 고려해 해설하지 않았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자세한 내용은 해당 교과서나 인용논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범위가 광범위하여 전문가의 자문을 받을까도 생각하였으나, 원저자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따라서 독자 여러분의 의견과는 다소 다른 점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일본의사 나름의 진료 스타일로써 비교하여 본다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방송이 화제입니다. 공중파처럼 청취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방송이 아니라 청취자가 찾아서 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역자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99%의 가난한 자와 1%의 가진 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국에서 일어난 운동과 관련이 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빈부의 격차는 이미 오래 된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이 격차가 심해져서 현재는 용인하기 힘든 지점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역자를 포함해 이 책을 보는 여러 의사들이 속한 의료사회에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위 ‘빅 00’라고 불리는 병원을 비롯해 공룡처럼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소수 병원이 블랙홀과 같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으며, 진료도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어 독점하고 있습니다. 자본을 앞세운 병원은 진료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수익이 목적입니다. 그에 반해 동네병원 같은 소규모 의료기관은 날이 갈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오래 전에 개원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소규모 기관 의사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결국 병원도 다수의 99%와 모든 파이를 잠식하는 극소수의 1%로 재편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최근 삼성의료원에서 일어나는 일은 제3자인 역자가 보기에도 이익추구를 목적으로 한 전형적인 거대 자본의 전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비의료인의 원장 취임, 진료과의 임의 조정, 수익사업의 매진 등).
또, 몇몇 의사가 거대 자본의 병원에 소속되어 명예와 금전적 보상(?)을 받고 있지만 역자를 포함한 대다수의 소규모 의료기관 의사들은 하루 휴가를 쓸 때도 이런저런 눈치를 봐야 하고, 사업상 문제로 머리가 아픈 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살아가기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천문학적으로 상승하는 진료비를 의사의 수익추구 때문일 뿐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국민도 많습니다. 진료비 상승은 늘어나는 암과 만성질환의 증가뿐 아니라, 대형 병원에서 주로 사용되는 최신의료기기, 비보험장비, 과다한 치료 등이 주원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일차의료기관을 포함한 다수의 병원이 진료비를 상승시켰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시선은 그렇지 않아서 의사를 더욱 괴롭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배, 동료, 후배의사들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진료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역자의 소소한 작업이나마, 의료계 현실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내놓습니다.
『약의 의문 Q&A』가 탄생된 일본은 현재 국내와는 의료체계가 많이 달라서 질병의 치료에 대한 관점도 조금 다른 면이 있습니다(일본의 의료제도는 유럽 방식이 모태지만, 우리는 거의 미국을 좇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책의 내용을 국내 제도와 현실에 100%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며, 읽다 보면 군데군데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역자의 생각으로 이 책에는 20여 년 전 노교수님께 들었던 말씀들이 생각날 정도로 기본적인 지침(의사의 본분 같은)도 있어 현재 의사로서의 생활을 반성해보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학병원에서는 책의 내용과 같은 말들을 거의 듣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에도 나오는 ‘환자가 있으니 의사가 있다’는 기본 명제를 잊지 않는다면 일부 자본을 앞세운 병원과 극소수의 의사들 때문에 정부를 비롯한 단체와 국민에게 받아온 불신과 편견, 질시를 머지않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일차의료기관 의사는 자신의 전문 과목과는 무관하게 기본적인 의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부분을 『약의 의문 Q&A』를 통해 많이 도움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의 출간 직후부터 의학의 내용은 매일 새롭게 바뀌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들은 독자 여러분의 능력으로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거대 자본과 정치에 휘둘려서 의사로서의 자존심과 사명감을 잊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국민도 불신을 거두고 신뢰를 보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이 성공하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3월
한 원 희
저자서문
여러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에 대해 서술한 비슷한 책이 많이 있으나,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역할은 무엇일까 등을 생각하며 이 책을 편집했습니다.
독자의 필요성(need)이 의학적 지식에, 단지 그 지식이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여부에만 있지 않다는 것은 오랜기간 임상현장에서 EBM 실천에 관여한 필자들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도 명백한 것입니다. ‘의학적 증거가 있다고 해도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더욱이 ‘의학적 증거가 없는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더 모르겠다’와 같은 의문을 해결해 줄 실천적인 책을 임상 현장이 요구한다는 사실이 이 책을 쓰게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의학적증거 유무를 따지지 않으며, ‘임상가가 일상진료에서 약에 대해 부딪치는 곤란한 경우를 주제(topic)로, 또한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경우의 관련 대처법을 포함해서 답을 한다’는 기본 전제하에 Q&A(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이 책에 제시된 Q(질문)는 모두 ‘羊土社’ 편집부가 의료현장의 의사들에게 직접 듣고 수집한 많은 실제적인 질문 중에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것을 선택하여 구성한 것입니다. 이를테면 현장 의사의 ‘살아 있는 소리’로부터 만들어졌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필자들은 꽤나 재미있는 책을 만들었다고 느끼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도 똑같이 재미있다고 판단하는 책이라면 다행스러울 것입니다. 서문을 읽고서 재미있을 것으로 여겨진다면 반드시 본문까지 더 읽어주었으면 합니다. 요즘처럼 넓어진 세계는 단지 경험에만 근거하여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또 근거에만 기반하지도 않은 정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名鄕直樹(나고우나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