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아이들의 위로
포포 선생님 반 친구들은 볼록해진 선생님의 배를 만지면서 저마다 선생님 아기의 이름을 지어봅니다. 첫눈만큼이나 반갑고 기쁜 뱃속 아기를 기다리는데, 그만 아기를 볼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큰 슬픔에 잠긴 선생님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다시 학교에 나오기를 바라며 반 친구들은 눈사람을 만듭니다. 선생님은 눈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100까지 세는 법을 가르쳐주셨으니까 눈사람을 100개쯤 만들면 분명 좋아할 거라고 믿는 친구들의 맑고 하얀 마음이 전해져 감동을 자아내는 그림책입니다.
어른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이 있다는 걸
아이들은 어렴풋이 알게 됩니다.
‘100개의 눈사람’은 어른들이 말하기 힘든, 너무나 큰 슬픔 ‘유산’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른들의 세계에는 주변과 완전히 차단된 채 혼자서 끙끙 앓는 깊고 어두운 슬픔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자라면서 알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씩 천천히 그 슬픔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죠. 아이들은 엄마, 아빠, 선생님의 굳게 닫힌 입과 일그러진 표정으로 ‘슬픔과 절망’이라는 감정을 어렴풋이 짐작합니다. 아직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세계는 확장되는 것입니다. 다소 어두운 소재로 시작되지만 선생님을 위해서 100개의 눈사람을 만드는 아이들의 사랑스럽고 따뜻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마음이 한결 밝고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다음 날, 포포 선생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포포 선생님께서 지금 몸이 안 좋으셔.”
교장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아기는요”
루이가 묻자, 교장 선생님은 잠시 머뭇거렸어요.
“이제 아기는 없단다.” - 8쪽에서
얼마나 큰 슬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를 해주고 싶죠.
포포 선생님 반 친구들은 선생님이 무척 슬퍼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건 ‘학교에 나올 수 없을 만큼의 슬픔’이라고 생각하죠. 그럼 선생님이 집 밖으로 나오면 되니까 선생님 집 마당에서 눈사람을 열심히 만듭니다. 선생님은 눈사람을 정말 좋아하고, 자신들이 아는 가장 큰 수는 100이니까 눈사람을 100개쯤 만들면 선생님이 눈사람을 보러 나올 거라고 천진하게 믿습니다. 그래서 온몸이 꽁꽁 얼도록 눈사람을 만들었는데도 나오지 않는 선생님이 야속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얼마나 큰 슬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려는 마음에 공감하고, 어른들의 말할 수 없는 슬픔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포포 선생님이 지금 너무 슬퍼하고 계셔.
우리가 선생님을 위해서 눈사람을 100개 만들자.”
클레망틴이 친구들에게 자신의 결심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왜 눈사람이야?”
시몽이 묻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은 눈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하시잖아.” - 12쪽에서
순박하고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이 잘 그려진 함박눈 같은 그림책!
손발이 꽁꽁 얼 정도로 추운 겨울이지만,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보면 오히려 마음은 따뜻해집니다.‘겨울’하면 ‘춥다’와 ‘따뜻하다’를 같이 떠올리는 것 처럼 차가운 슬픔과 따뜻한 위로가 함께 어우러져 함박눈이 내리는 겨울을 연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굵은 연필로 쓱쓱 그려낸 그림에서 온기가 느껴져 훈훈하고,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든 경험을 떠올리면서 책 속에 빠져들고, 슬픔과 위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추운 데서 눈사람을 만드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선생님이 얼른 밖으로 나오기를 조바심내며 책장을 넘깁니다. 이 책의 맨 뒷장에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반갑고 기쁜 함박눈을 맞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