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뒷심이 달리면 떠오르는 이름, 아버지를 기억해
아버지의 희생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때 우리의 진짜 인생은 시작된다! 삶의 무게를 잔뜩 짊어지고 생의 한계점에서 방황할 때마다 아버지와의 조우로 극복해나가는 우리네 보석 같은 이야기들.
그때 저는 몰랐습니다. 아버지도 아파할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도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아버지는 논에 나가 벼를 돌보아도 괜찮고, 저는 따뜻한 방에서 책을 읽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헌 옷을 입어도 되고 저는 새 옷을 입어야 되는 것으로 알았습니다. 아버지니까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도 때로는 삶에 지치고 힘들어 속으로 조용히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라도 아버지께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아버지! 당신이 제 삶의 가장 위대한 스승이었습니다.
- <저자의 글 중에서>
이 시대 아버지들 앞에 놓아주고 싶은 위로와 격려의 책
몇 번을 불러도 항상 듬직한 그 이름, 아버지를 외환위기 시절 이후 10년 만에 소설가 윤지강의 첫 산문집 《송아지 아버지》가 다시 불러냈다.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고,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어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며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에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한 번 현관을 쳐다본다고도 했다. 그리고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아버지는 뒷동산의 바위 같고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큰 이름이라고.
《송아지 아버지》는 사회에선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가정에선 책임과 의무의 무거운 짐을 지고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외톨이인, 그래서 더 고독한 이 시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요즘 같은 상실의 시대에 무뚝뚝함 속에 외로움과 진한 자식사랑을 숨기고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사연을 취재해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건너는 이 시대 아버지들 앞에 놓아주고 싶은 위로와 격려의 책이다.
이 책은 수많은 사람들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중년 가장들은 절실한 자신의 이야기로, 가슴 치며 불러보는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로, 미처 몰랐던 남편의 이야기로, 또 젊은 층은 그 동안 거스르고 소홀했던 아버지의 이야기로.(에피소드1. 책을 던지고 지게를 지다 14-27쪽)
절망의 문턱에서 다시 희망으로 살게 하는 신뢰와 위로의 힘
또한 이 책은 ‘나의 아버지’가 가르쳐준 절망의 사막을 건너는 방법을 모두에게 알려주는 희망지침서이기도 하다. 진정한 사랑은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들 한다. 배고픈 이에겐 먹을 것을,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사람에겐 위로의 말 한마디를 해 주는 것이 사랑이고 희망이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을 잃어도 마음을 알아주고 믿어주는 한 사람만 곁에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얘기다.(에피소드 13. 돌아온 탕아 179-190쪽)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18편의 실화를 바탕으로 아버지가 자식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절망의 문턱에 설 때마다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건 속내를 보이지 않던 무뚝뚝한 아버지라고,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며, 속 깊은 아버지의 사랑이 절망의 문턱에서도 희망을 살아나게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에피소드 18. 택시운전사가 된 아버지 251-260쪽)
오늘날 우리는 아버지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위에 거절당해 온 세대들이 이제는 역으로 아버지들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 되었다. 가족해체, 가족붕괴라고까지 하는 오늘날, 이 책을 통해 아버지의 한량없는 마음을 바로 알고 깨달음으로써 사회경제적인 상황까지 더해 강하게 얼어붙었던 우리의 마음이 녹고 우리 아버지들의 가슴과 눈물까지 이해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우리 삶을 따뜻하게 해줄 용기와 희망, 사랑과 위로의 노래
그날 처음으로 금희는 아버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금희의 눈에 아버지는 초라하고 무식한 농사꾼일 뿐이었다. 친구의 아버지처럼 수의사도, 철도 기관사도 아니었고, 장학사도 사장도 아니었다. 그 날 아무도 모르게 금희는 마음속에서 아버지를 지워버렸다. (중략) 그때까지 금희는 자신을 키운 것은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금희는 이제야 무지했던 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스승이었던가를 깨닫고 있었다. 아버지는 온몸으로, 당신의 전 생애를 통해 금희를 가르친 것이다. 어리석은 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8년 만에야 그것을 깨우친 것이다. 금희는 가만히 아버지를 불러보았다.
“아버지!”
_에피소드2 송아지 아버지 중에서
<이 책에 보내는 찬사>
■ 사랑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윤후명(소설가, 국민대 문창대학원 겸임교수)
윤지강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랑이다. 그래서 세상은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깃든 깊은 정겨움이야말로 콧등을 찡하게 한다. 소처럼 열심히 산 아버지는 지난 시절의 표상으로, 우리들 누구에게나 영원히 살아 있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잊어버린 시간 속으로 들어가서 마술처럼 다시 태어난다. 옛날의 어려움은 오늘날의 어려움과 이어지며, 우리를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한다. 그러나 주저앉아서는 안 된다. 굳건한 삶이 있는 한, 우리의 앞날은 환하게 열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과 같은 우왕좌왕의 시대에 샘물처럼 맑은 감성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힘을 주는 글, 새삼 기쁨이다.
■ 영락없는 내 아버지의 얼굴
차동엽(인천 가톨릭대 교수,《무지개 원리》저자)
작가가 되살려낸 ‘아버지’의 모습은 거칠은 듯 정답고, 차가운 듯 따뜻하며, 메마른 듯 눈물겹다. 이것이 영락없는 우리네 아버지의 얼굴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어느새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에 흠씬 젖어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