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어떻게 인류 문명을 지배했는가『성경의 탄생』. 이 책은 성경 읽기의 어려움과 성경 속 세계에 대한 오늘날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저자는 역사학과 고고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인류 문명의 여명기부터 펼쳐지는 인류사를 다양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꼼꼼하게 짚어낸다. 성서 속 인물들의 삶, 당시의 정치 상황과 문화 등 성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야기들과 역사 유물과 사료, 그리고 성서 텍스트가 역동적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가 생생하게 복원한 수천 년에 걸친 성경 탄생사의 거대한 흐름은 성경 텍스트에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우며, ‘역사 속 성경’과 ‘성경 속 역사’라는 인류사의 생생한 이야기는 입체적인 성서 읽기를 선사한다.
인류 문명사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성경
20세기의 ‘위대한 영혼’이라 추앙받는 인도의 지도자 ‘간디’는 평생을 검소하게 산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암살당한 후 몇 안 되는 유품을 남겼는데 거기엔 요한복음과 예수의 가르침에 대한 책, 벽에 걸린 예수의 초상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티아그라하’라 불리는 간디의 반식민 투쟁의 근본사상에 성경이 종교를 초월하여 미친 영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실제 간디는 “네 오른편 뺨을 치면 왼편도 돌려대라”라는 성경 구절을 정치 활동의 귀중한 모토로 삼았다. 또한 영국의 저명한 정치가 윌리엄 윌버포스는 성경 속 원리를 바탕으로 인권 차원에서 노예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여 서구 문명에서 노예제 폐지를 법으로 만들어내는 선구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국의 흑인 지도자 마틴 루서 킹이 인종 차별 철폐에 대한 시민인권운동의 거대한 물꼬를 튼 사상적 배경에도 성경이 놓여 있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누군가에게 성경은 그저 특정 종교의 경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2,50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2,000년 이상 읽혀온 성경은 단순한 종교 교리를 담은 책이 아니다. 힌두교 국가의 민족 지도자가 성경을 탐독하고 자신의 사상을 확립하는 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 근 · 현대사 속에서 인류 문명이 커다란 변화를 겪을 때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사실들은 성경이 단순히 특정 종교의 교리를 담고 있는 경전에 불과할 것이라는 오늘날의 관점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한다.
유사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책이라는 성서의 가치는 전 세계 인구 절반 가까이가 믿는 종교의 뿌리로서만이 아니라, 이 책을 빼놓고는 세계사를 논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11~12세기에 성지를 두고 벌어진 문명 간의 격돌인 십자군 전쟁부터 종교개혁으로 벌어진 후스 전쟁, 위그노 전쟁 등 16~17세기의 수많은 전쟁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사의 수많은 우여곡절과 다채로운 문학과 예술의 변화와 발전이 이 한 권의 책에서 비롯되지 않았던가?
그래서 서구인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문명과 역사를 탐구하기 위해 성서를 연구해왔다. 성서 텍스트는 서구 문명의 모태가 되는 몇 가지 핵심 가치를 밝혀줄 뿐 아니라 현대의 법체계, 종교와 인권에 대한 윤리관이 발전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성서는 고대사회 문명의 탄생은 물론이고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 형성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만 봐도 봉은사 땅밟기, 템플스테이 예산 문제 등 종교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성경은 시대 흐름에 따라 끝없는 다시 읽기가 필요한 것이다.
역사와 성경의 문명사적 통섭!
모든 종교 경전이 그러하듯 성경을 제대로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성경은 가장 마지막에 기록된 부분조차 지금으로부터 약 2,000년 전에 쓰였으며, 생활방식은 물론이고 지리적 조건, 기후 등 모든 것이 지금과는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성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와 역사, 문화 등을 아우르는 객관적인 안내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성경의 탄생》의 저자인 존 드레인은 이런 성경 읽기의 어려움과 성경 속 세계에 대한 오늘날의 궁금증을 명쾌하게 풀어준다. 그는 역사학과 고고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통해 인류 문명의 여명기부터 펼쳐지는 인류사를 다양한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꼼꼼하게 짚어낸다. 성서 속 인물들의 삶, 당시의 정치 상황과 문화 등 성서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이야기들이 역사 유물과 사료, 그리고 성서 텍스트를 오가면서 역동적이고 흥미롭게 전개된다. 그가 생생하게 복원한 수천 년에 걸친 성경 탄생사의 거대한 흐름은 성경 텍스트에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어주며, ‘역사 속 성경’과 ‘성경 속 역사’라는 씨줄과 날줄로 엮인 인류사의 생생한 이야기는 입체적인 성서 읽기를 우리 시대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성경, 신화의 시대와 만나다
저자는 수렵생활에서 정착생활로 전환이 시작된 곳이자 성서 첫 페이지의 배경이 되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오늘날의 팔레스타인과 그 주변)에 대한 고고학적 탐사로 성경 읽기를 시작한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토기, 관개수로 등의 정착 흔적을 통해 기원전 7000년경 이곳에 이미 진보한 촌락 문화가 형성되었으며 광범위한 지역에서 비슷한 유물이 발견되는 점과 희미한 도로의 자취를 통해 여러 촌락 간에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졌음을 밝혀낸다. 그리고 기원전 3000년경에 만들어진 설형문자 점토판 ‘수메르 왕 명부’에서 성서와의 첫 연결고리를 찾아낸다. 당시 남부 메소포타미에 형성된 다양한 도시국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 점토판에는 통치자의 이름은 물론 대홍수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온 노아의 홍수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설형문자로 기록된 고대 근동의 창조 신화 ‘에누마 엘리시’, ‘길가메시 서사시’ 등에서도 성경과 유사한 점이 발견된다.
19세기 무렵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굴된 문서가 처음으로 해독되기 시작하면서 이 같은 유사성 때문에 학계에서는 성서의 내용 역시 고대 신화의 변종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겉으로 드러난 내용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당대 세계관과 종교관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면서 이런 주장은 차츰 빛을 발했다. 저자는 이런 유사점에 대해 “창세기는 고대 근동의 오래된 은유를 차용하면서도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는데, 이는 성서가 다른 문화 환경에서도 만들어질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88쪽)며, 성서와 신화의 유사함은 오히려 “고대 히브리 민족이 인근 국가들과 차별화된 그들만의 고유한 신관을 널리 이해시키기 위해 고대 근동의 신화와 공통분모가 될 만한 것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증거”(90쪽)라고 분석한다. 이 같은 논리로 당시의 다신교 전통 속에서 충동적인 감정으로 행동하던 신이 아니라, 일관된 윤리적 원칙에 따라 인간을 대하는 유대 민족만의 독특한 종교관인 유일신 사상이 어떻게 인류 문명에 뿌리를 내리고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비교 분석을 통해 보여준다.
성경, 역사 시대와 만나다
창세기와 고대 근동의 창조 신화를 비교하면서 인류 문명사에서 유일신 사상이 태동한 과정을 살펴본 저자는 출애굽의 배경이 되는 이집트의 역사와 문화, 정치 탐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성경과 문명이 어떻게 변화 발전해 왔는지 탐색을 이어간다. 성경의 주요 무대인 팔레스타인 지역은 풍성한 식량 생산지뿐 아니라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를 잇는 교역로의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도 주변 국가들에게 매우 귀한 땅이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은 언제나 최고 권력을 가진 왕조의 전리품이었고 권력의 공백기가 거의 없는 땅이었다. 좁고 기다란 이곳은 장구한 세월 동안 이집트와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의 통치를 받으며 늘 전략적인 요충지로 인식되었다. 물론 오늘날도 여전히 풍부한 자원과 터전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패권 다툼이 벌어지는 곳이다. 이곳에서 유대 민족은 자신들의 고유한 신앙을 유지하면서 주변 국가들과 아주 밀접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며 성서의 토대가 되는 역사를 만들어왔다.
예를 들면 구약성서에서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 나중에는 이집트의 총리직에 오르게 되는 요셉의 이야기에는 유대 사회에서 찾아볼 수 없는 면도, 시신의 방부 처리 등 이집트 풍습이 나와 당시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이집트의 생활양식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출애굽 이야기의 단서도 객관적 사료를 통해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해볼 수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파라오라고 평가되는 람세스 2세의 역사 시대를 보면, 그는 왕위에 오른 직후 이집트 문화를 쇄신하고 선전하기 위해 새로운 수도를 건설하고 자신의 이름을 붙였는데, 이곳은 구약성서 출애굽기 1장 11절에 등장하는 도시로 람세스 2세 통치하에서 고된 노역에 시달리던 유대 민족을 모세가 가나안 땅으로 이끌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은 람세스 2세가 진행하던 대규모 건설 사업에 아시아인이라 불리는 노예들이 동원되었고 그들 중에 폭력단이 있었다는 이집트 사료에 의해 보충되고, 람세스 2세의 아들 메르넵타가 남긴 비문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이란 종족 집단과 전투를 벌여 승리했다는 최초로 ‘이스라엘’이 언급된 기록을 통해 역사적으로 전후 관계가 다시 한 번 뒷받침된다.
또한 로마 제국의 통치 아래에 있던 신약시대에 이르러 예수가 유대 사회 안에서 음식, 교육, 가정생활, 정치 등 다방면에 있어 어떤 문화적 영향 아래 성장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이런 유대 민족의 전통 아래 성장했지만 형식에 얽매인 유대 사회의 경직성을 비판하며 인간 중심의 그리스도교 사상을 어떻게 실천해나가는지를 다양한 사례 비교를 통해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인문학적 성경 읽기의 새로운 지평
저자는 역사 기록에 비어 있는 부분을 성경 텍스트로 보완하고, 성경 텍스트에 비어 있는 부분은 다양한 역사 기록과 유물로 복원하는 방식을 통해 수천 년 전 인류 문명의 발달을 생생하게 복원하며, 역사와 성경의 흥미로운 사례들을 통해 성경이 언제나 당대 현실과 맞닿아 함께 호흡한 사실의 기록임을 증명하면서 성경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특히 이 책은 기원전 3000년경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페르시아, 로마 제국 등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 이야기에 150여 장의 다양한 사진과 역사 지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표를 더해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독자들이 인류 문명사의 첫 페이지를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제 독자들은 성경에 대한 폭넓은 이해는 물론이고, 성경을 주제로 한 수많은 예술 작품, 성경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설명하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렸던 역사 속 인물들의 삶 등 성경 안팎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한층 깊은 차원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