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년이나 지났다. 처음 [마의너리티 리포트]가 출간된 지 말이다.
그 5년 동안 난 다른 의사들에게 수 십 년 걸려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을 단숨에 진짜 많이 겪었다. 의원을 4번 옮겨 개원했다고 말하면 믿을 사람이 있긴 있을까...
그것도 바로 옆도 아니고 전국 방방곡곡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말이다. 나, 참...
개원 15년차이니까 지금까지 전부 몇 차례나 옮겼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계산이 딱 나오리라 믿는다. 그 동안 이전비만 수 억 단위인건 말 할 것도 없다. 역시 가만히 있는게 남는 거였다. 아마 전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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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년이나 지났다. 처음 [마의너리티 리포트]가 출간된 지 말이다.
그 5년 동안 난 다른 의사들에게 수 십 년 걸려 한번 일어날까 말까한 일을 단숨에 진짜 많이 겪었다. 의원을 4번 옮겨 개원했다고 말하면 믿을 사람이 있긴 있을까...
그것도 바로 옆도 아니고 전국 방방곡곡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말이다. 나, 참...
개원 15년차이니까 지금까지 전부 몇 차례나 옮겼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계산이 딱 나오리라 믿는다. 그 동안 이전비만 수 억 단위인건 말 할 것도 없다. 역시 가만히 있는게 남는 거였다. 아마 전국에서 폐업 탑 순위 낙타 손가락 안에는 충분이 들어갈 거라 확신한다.
그 이유를 난 잘 안다. 워낙 상업적인 수완이 없기도 하지만, 그 보다 난 그러고 싶지도 않았고 조금이라도 원칙에 벗어나는 걸 못 참아서일 것이다. 물론, 그 원칙이라는 것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높디높은 정부와 국가에서 만들어 하사한 지침이긴 하지만 어쨌든 난 그 원칙에 순순히 잘 따랐다.
“다른 데서는 다 해 주는데 여긴 왜 안 돼요?”
“환자가 중요하지 원칙이 중요해요? 한 번 해 주는게 그렇게 어렵나...”
“다시는 안 볼 사람도 아닌데 너무 하시는 군요.”
“너무 원칙만 따지니까 손님이 안 오지...”
이게 매일 듣는 나의 진료실 풍경이다.
흑자가 난 적이 거의 없는 내 의원에 갑자기 실사가 들이닥치는 일은 814만분의 1의 확률인 로또 대박 당첨 확률만큼이나 적지만, 그들이 설사 나온다 해도 뭔가 라도 하나 건져가야만 하는 공무원들의 땀나는 노력에 오히려 내가 미안해 할 지도 모른다.
원가보전률 73.9%라는 말이 다른 의사들보다도 난 피부에 진짜로 와 닿다 못해 피부가 간지럽기까지 하다. 순수입을 평균 내보니 진짜 그 수치와 근접하는 것에 놀랐다. 플러스 말고 마이너스.
그런데 이제는 나의 태도를 좀 바꿔야할 상황이 되었다.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한테도 도움 안 되는규정, 규칙 같은 것들을 저 진료실 바깥에다가 내다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나의 좁고 좁은 어깨만 빤히 바라다 보고만 있는 부양가족 때문이다. 딸래미는 벌써 꽤나 수준 높은 말들을 하기 시작했다.
“아빠, 오늘은 선물 뭐 사왔어?”
이번에는 나에게 이상한 원칙과 그로 인한 숱한 폐업이라는 결과물을 줘 왔던 정부의 지침을 약간 무시해보려고 한다. 그럼 어떤 결과가 나올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
자, 자... 이런 말은 일기장에나 쓰라는 말이 나올까 빨리 쓸데없는 드립을 접을까한다.
이 책의 시리즈들은 만화로 되어있지만 일반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런 책이다. 당연히 우리 의사 들, 또는 앞으로 의사를 업으로 삼아야 하는 의대생들을 주 대상으로 하고있다. 이 책은 삐딱선을 탄 정부와 파라메딕 들을 힐난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얄미움의 대상이었던 대한민국의 오직 의사들만을 희생시킴으로써 그들 자칭 세계 제일의 제도를 운영하고있는 정부에게 오히려 감사할 것이다. 여전히 의사들만 나쁜 놈인 것이 자연스럽겠지.그래도 하나 만큼은 국민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밤 새워가며 그림을 그리고 이 짓을 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의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일원이다.’
이번 책을 발간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신 이유경, 서연희, 이호성, 강문희, 강병숙, 김수영님을 비롯한 많은 일반인 분들과 아내 서윤희와 딸래미 해나에게도 깊이 감사하며, 이번에도 흔쾌히 출판을 허락해주신 군자출판사에도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