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이 들려주는 나이듦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위대한 업적을 세우고 한 시대를 풍미한 이들도 나이듦과 죽음은 피해갈 수 없었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를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후대가 자신의 생애와 업적을 미화할까봐 염려하여 직접 묘지명을 쓴 퇴계 이황, 스스로를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 칭한 김시습, 늘어나는 흰머리를 보니 마음이 쪼그라든다고 탄식한 정약용…. 여느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슬퍼하기도 하고, 나이듦과 죽음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받아들여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또한 죽음 앞에서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가족의 죽음에는 더없이 인간적이었던 이도 있었다. 이순신 장군은 자식의 전사 소식을 듣고 자신의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이토록 다양한 심정이 담긴 옛글을 보면 그네들이 겪었던 마음의 술렁임이 오늘날의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시대를 넘어선 깨달음으로 오늘의 권면을 담다
『청춘보다 푸르게, 삶보다 짙게』는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삶보다 짙은 ‘죽음’을 다룬다. 동양 철학에서 이야기하는 죽음과 나, 가족, 친구, 지인을 애도하는 글을 모았다. 2부에서는 청춘보다 푸른 ‘노년’을 다룬다. 나이가 들며 흰머리가 나고 치아가 빠지는 신체적인 변화 때문에 위축되더라도 오히려 노년이기에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인내, 오래토록 쌓은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라는 당부를 담았다.
인간은 오랜 시간 동안 늙음과 죽음을 부정하고 슬픈 것으로 여겨 벗어나고자 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기대 수명이 늘어난 오늘날에는 모두가 입을 모아 잘 늙고, 잘 죽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는 늙어가는 시간이 더욱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나이듦과 죽음은 모든 생명이 언젠가는 맞이하는 공평한 도(道)이다. 박수밀 선생의 해설과 함께 선현의 기록을 읽어보면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는 삶의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