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삶을 살던 막스 뮐러는 왜
생에 단 한 권의 소설로 ‘사랑’을 말해야 했나
1823년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학자로서의 생을 꾸린 막스 뮐러. 언어와 종교, 동양학을 연구한 그는 『고대 산스크리트 문학가』, 『종교의 기원과 생성』 등 전문서를 남겼다. 그 가운데 『독일인의 사랑』이라는 낭만적인 제목이 눈에 띈다. 이 작품은 막스 뮐러의 유일한 소설로, 후작의 딸 마리아와 주인공 ‘나’의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우리는 서는 법과 걷는 법을, 말하는 법과 읽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23p)
병든 귀족 소녀와 평범한 소년의 사랑 이야기는 클리셰가 되어버린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막스 뮐러는 남녀 간의 사랑을 재료로, 우리를 보호하기도 절망에 빠뜨리기도 했던 수많은 사랑을 상영한다. 부모만을 사랑하던 유아기를 지나, 처음 자아를 인식한 사춘기를 건너, 타인을 가늠하는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인물이 경험하는 사랑을 찬찬히 조명하며, 한 사람의 성장과 동시에 굳건해지는 저마다의 세계를 그린다.
마리아와 ‘나’는 서로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다 그만 길을 잃고 자신의 삶을 고찰한다. 과정에서 두 인물은 시집과 철학서, 종교서 등 다양한 책의 문장을 인용하는데, 그 문장은 단순히 마음을 울린 메시지라기보다, 그들이 뿌리내린 땅이자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다. 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상상하며 책을 읽어가던 독자는, 종국에 나를 지탱하는 힘으로서의 사랑을 발견한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더듬거리는 말로 ‘사랑’이라고 불렀던 것에 대한 적절한 이름을 찾아야 했다.”(131p)
뮐러가 말해야만 했던 그것, 당신이 찾아 헤매던 단 하나의 ‘사랑’이 『독일인의 사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