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네덜란드 황금붓상 수상작 ★★★
공작새부터 판다까지 스물아홉 동물들이 들려주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 사랑과 모험, 그리고
탐욕과 후회의 이야기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의 역사에는 동물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동물들은 아프리카에서 최초의 인류를 보았고, 인류가 사냥꾼으로 변하자 걸음아 나 살리라며 도망쳤다. 인류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뒤로는 쟁기를 끌었고, 국가가 세워진 뒤로는 왕과 황제가 힘을 뽐내려고 내세우는 구경거리가 되었다(로마의 원형 극장 이야기). 기사들은 말의 등에 탔으며, 병사들은 새의 날개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실어 보냈다. 어떤 동물(돼지)은 살인 혐의로 교수대에 매달리고, 어떤 동물(강아지)은 나폴레옹의 첫날밤을 한 침대에서 함께 보냈으며, 또 어떤 동물(콰가)은 재미로 하는 사냥과 무관심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세상에서 사라졌다. 위험한 실험에 인류 대신 투입되는 동물도 있고(제브라피시), 전쟁에 투입되어 위험을 무릅쓴 동물도 있으며(말과 비둘기), 세계적인 스타가 되고(범고래), 인류에게 마음의 단짝(개와 고양이)이 된 동물도 있다.
동물의 역사에도 인류의 흔적은 뚜렷하게 남아 있다. 인류는 한때 동물의 먹이이자 포식자였다가, 지금은 동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인류 때문에 멸종하는 동물도 있고, 인류 덕분에 유래 없이 번성했지만 불행한 삶을 사는 동물도 있다(소, 닭, 돼지 같은 가축).
이처럼 인류의 역사와 동물의 역사는 복잡하게 얽혀 함께 빚어진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에는 인류만 등장하고 동물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는 인류만 생각하고 동물과 그 밖의 생명들은 안중에도 없는 불균형한 눈을 갖게 되었다. 이렇게 세상의 극히 일부분만 바라보기 때문에, 인류가 초래한 지구의 위기는 점점 더 악화되기만 한다.
이제는 동물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봐야 할 때
이 책에 등장하는 스물아홉 동물들은, 인류의 바로 옆에서 자기 눈으로 바라본 인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새로 나타난 낯선 사냥꾼을 경계하기도 하고(딕딕), 자신을 경배하는 인간들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기기도 하며(소), 서로 죽고 죽이는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산악고릴라). 또 자신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운 인간을 비웃기도 하고(쥐), 인간의 실험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치기도 하며(침팬지), 자신을 찾아낸 인간을 향해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브루케시아 나나).
동물들이 바라본 인류는 좀 이상하다. 동물을 먹고, 동물을 탐내고, 동물을 혐오하고, 동물을 이용하는 동시에 동물을 사랑한다. 이런 이야기를 읽다 보면 복잡한 심정이 교차한다. 우리는 생명의 파괴자인가, 아니면 생명의 보호자인가? 우리가 정말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날까? 우리는 동물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는 걸까?
이제 동물들의 눈으로 우리 자신을 봐야 할 때이다. 향고래의 외침을 듣고, 산악고릴라의 안타까움을 성찰하고, 제브라피시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북부흰코뿔소의 불안한 외로움에 공명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균형 잡힌 눈으로 역사와 우리 자신을 바라볼 수 있고, 동물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데서 벗어나 동물과 함께 살아갈 마음의 눈을 뜨게 될 것이다.
『동물의 눈으로 본 인류의 역사』는 네덜란드에서 그해의 가장 뛰어난 일러스트레이션에 주는 황금붓상 수상작으로,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암시적인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다. 또 지식책임에도 글에 문학의 향기를 담아내어 독자로 하여금 동물과 공명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의 잃어버린 퍼즐 조각을 찾아 앞으로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기를, 지구의 여러 생명체들과 서로 돌보며 어울려 살아가는 감각을 얻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