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내 맘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 한솔이는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아침부터 “안 돼!” 소리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거든요. 아침에 늦잠을 자서 엄마한테 차로 데려다 달라고 했더니, “안 돼! 그 말 할 시간에 빨리 준비해서 학교 가!”라지 뭐예요. 아침 독서 시간에 만화책을 보는 것도 안 돼, 쉬는 시간에 잡기 놀이를 하는 것도 안 돼, 도대체 되는 게 뭔가 싶습니다.
하굣길에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내 맘대로 맛 추파촙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내 맘대로 맛은 도대체 무슨 맛일까? 궁금한 마음에 막대 사탕을 입에 넣는 순간, 거대한 막대 사탕이 머리 위로 쿵! …떨어지나 싶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무래도 한솔이가 잘못 본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 벌써 학원 갈 시간이 다 됐네. 아, 정말 가기 싫다.’ 속으로 투덜대며 집에 갔더니, 학원이 휴강이라지 뭐예요! ‘밥 먹기 싫은데 짜장면 먹으면 안 되나?’ 했더니, 엄마가 저녁으로 짜장면이랑 탕수육을 시켜 주네요. 게임 하는 걸 아빠한테 들켜서 ‘아빠, 화내지 마!’ 했더니, 아빠가 밤늦도록 함께 게임을 하며 놀아 줍니다.
막대 사탕의 마법은 다음 날까지도 이어집니다. 어제 밤늦도록 게임을 하느라 9시가 다 되어 학교에 갔는데도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한솔이를 맞아 줍니다. 게다가 설마 싶었던 반장까지! ‘와, 이게 된다고?’ 마법의 힘을 등에 업은 한솔이는 점점 폭군으로 변해 갑니다. 그런데 뭐든지 내 맘대로 되면 정말 좋기만 할까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바로 “안 돼!”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 모 윌렘스는 그게 너무 지긋지긋했던 나머지 강연을 다니면서 어린이들에게 어릴 적 자신이 너무나도 해 보고 싶었던 일을 하게 해 준다고 합니다. 어른에게 “안 돼!”라고 고함치는 것 말이지요. 강연장에 모인 수백 명의 어린이가 자신에게 “안 돼!”라고 목청껏 고함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네요.
김영진 작가는 그 대신 뭐든 내 맘대로 되는 마법의 막대 사탕을 어린이에게 건넵니다. 이 그림책을 미리 만나 본 아이들은 한솔이가 바라는 일이 하나씩 이루어질 때마다 “좋겠다! 부러워!” 하고 연신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책에서나마 뭐든 내 맘대로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몹시 행복한 얼굴들이었지요.
하지만 뭐든 내 맘대로 하려면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한솔이는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힘을 멋대로 휘두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됩니다. 한솔이 주변에는 아무도 남지 않고, 순둥순둥하던 얼굴마저 기묘하게 변해 버리지요.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실망했느냐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한솔이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루쯤 학원을 안 가거나, 지겨운 밥 대신 먹고 싶던 짜장면을 먹거나, 밤늦도록 게임을 하는 것이야 뭐 그리 큰 문제겠어요. 하지만 반장 선거 결과를 바꾸고, 친구들의 입을 막아 버리고, 선생님들을 쥐락펴락하는 데까지 이르면 아이들이 보기에도 ‘이건 아니지….’ 싶은 모양이었습니다.
김영진 작가가 이 그림책으로 어린이들에게서 끌어내고 싶은 반응도 바로 이것이지 싶습니다. 어린이들의 내밀한 바람을 그림책에서나마 이뤄 주고 싶은 마음 한 켠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이지요. 어
린이들이 스스로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을 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선택과 결정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하지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한 우리의 선택과 결정은 크든 작든 타인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게 마련입니다. 그 모든 선택과 결정을, 내 욕망만을 중심에 두고 내린다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의 욕망은 아주아주 힘이 센 터라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지 않으면 그 주인마저 마구 휘둘리게 되기도 하고요. 욕망과 공존 사이에서 균형 잡힌 선택과 결정을 내리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일은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어린이들이 그 실마리를 찾아가는 데 이 그림책이 작으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