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보다 방향, 완벽보다 지속을 향한 삶
저자는 20년 넘게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매일 쏟아지는 뉴스와 마감 속에서 ‘흘러가지 않는 시간’을 붙들고자 애썼다. 그 치열한 일상 틈에서 수영을 만났고, 물속에서만은 타인의 목소리가 아닌 자신의 호흡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새벽 수영을 10년 넘게 꾸준히 해오며, 수영장에서의 순간들이 삶을 견디는 기술이 되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는 수영을 통해 삶을 다시 읽어낸다. 속도보다 방향, 완벽보다 지속을 향한 삶으로. 이 책은 그런 저자의 ‘수영하는 일상’, 그리고 ‘버티는 마음’에 대한 기록이다.
‘꾸준함’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수영은 속도로 실력을 가르는 운동이지만 이 책은 속도가 아닌 꾸준함의 미덕을 드러낸다. 수영을 10년 넘게 해도 여전히 느리고, 여전히 숨이 찬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마음.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실력이 늘지 않아도 계속하면 된다고 얘기한다. 매일 물속으로 들어가고 다시 나오는 모든 날들의 기록이자 무언가를 오래 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내밀한 고백들. 이 악물고 버티는 끈기가 아닌 연약함을 인정하는 저자의 태도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물속, 완벽하게 혼자인 공간에서 느끼는 자책과 회복의 순간을 고요히 담아내며 읽는 이의 마음을 건드리고 위로해준다.
모든 수영인들을 위한 이야기
수영인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초심자의 낯섦과 두려움, 레인 순번의 미묘한 신경전, 발 찌르기의 불쾌함, 수영장의 냄새까지. 현재 그 모든 과정 속에 있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수영을 하지 않는 독자라도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의 진솔함에 공감하게 된다. 강습반의 문화와 수영 실력에 대한 강박, 자존심에 얽힌 감정까지. 수영인들에게는 친근하고, 초보자들에겐 따듯한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물은 정직하고, 몸은 속이지 않는다. 물에 뜨려면 힘을 빼야 하듯 삶도 마찬가지로 내려놓을수록 가벼워지고 힘을 빼야 나아갈 수 있다. 수영장에서 배운 호흡, 거리감, 타이밍은 일상에서도 중요하다. 수영을 통해 삶의 리듬을 얘기하는 저자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수영하듯 살자’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