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안보의 출발점: 북 위협에 대한 정밀한 평가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자신들의 안보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자국의 안보에 현재적 혹은 잠재적 위협이 되는 국가의 안보정책이나 군사능력을 면밀하게 평가하는 작업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국방부가 중심이 되어 매년 중국 안보정책과 군사능력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여 의회에 보고해 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자국의 잠재적 위협 대상이라고 간주하는 중국의 안보정책에 관한 리포트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정책을 생각할 때, 가장 큰 안보위협의 대상인 북한의 군사능력과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국방부나 합참 등 주요 정책 부서에서는 소관 부서를 중심으로 북한의 국방이나 군사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연구기관 가운데 북한의 군사 능력이나 그 의도를 지속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하는 작업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전쟁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2025 안보 과제 연구
이러한 현실에 대한 반성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는 2024년도 정책현안연구과제로서 "북한군사리포트: 북한의 전쟁수행역량과 전략"을 기획하여 교내외 전문가들로 필진을 구성하여 보고서 간행을 추진했고,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중점적으로 분석하면서, 한반도 미래전쟁의 양상을 전망해 보는 정책현안연구 과제로서 "두 개의 전쟁과 미래 전쟁" 연구를 추진하여, 북한이 한반도에서 수행할 수 있는 미래전쟁 양상을 전망해 보았다.
연례 평가의 출발, 투명한 안보 논의로
이 책의 각 장별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북한의 핵전략을 전제로 핵연료주기·시설·전문인력·핵물질 생산능력을 지표로 보유 탄두를 추정하고, 탄도·잠수함발사 등 투발수단과 지휘통제 구조를 함께 따져 실제 사용 가능성과 억제의 임계점을 그린다. 2장은 10~20년간 남북 군사력 균형 추세를 공개 자료로 비교해 재래식 전력의 변화와 지속을 읽고, 2023년 말 ‘영토평정’ 노선과 연동된 재래식-핵 배합전략의 운용 논리를 분석한다. 3장은 정찰위성, 무인체계, 전자전·사이버, 탄도미사일과 발사체 등 국방과학기술과 군수공업의 현실을 점검하며, 제재 회피를 겨냥한 암호화폐·랜섬웨어 등 비대칭 기술 활용 논의까지 포괄한다. 4장은 동맹외교·방산·무기이전·군비통제의 축에서 북한의 대외 군사관계를 정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 이후 북러 군사협력의 확장(기술이전·연합훈련·거래)을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5장은 미중 경쟁, 남북 긴장, 내부 불안정, 사이버·우주 무기화 같은 허용요인을 전제로 회색지대 장기 경쟁, 지역분쟁 연루, 국지도·제한전, 핵 포함 전면전의 네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한국과 한미동맹의 대응 방향을 도출한다.
이번 책은 북한의 전쟁역량과 군사전략을 다층적으로 읽어낼 정책 판단의 공통 분모를 제공한다. 또한 정부와 의회, 지방정부와 교육현장, 언론과 시민사회가 같은 사실 기반 위에서 토론하고 조정하도록 돕고자 한다. 무엇보다 이번 간행을 시작으로 축적될 연례 평가가 자리를 잡을 때, 한반도 안보 논의는 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