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분열과 혼란이 몰아쳤던 시대, 무너져가던 공동체 속에서 교육으로 새로운 희망을 일으키려 한 교육자가 있었다. 바로 강성갑(姜成甲, 1912~1950) 선생이다. 그는 경남 진영에서 좌·우의 이념을 넘어, 교육을 통해 공동체의 회복을 꿈꾸었다. 그의 실천은 해방공간을 살아간 수많은 이들의 꿈과 좌절,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향한 열망을 담은 것이었다. 짧은 38년의 생애 동안 교사이자 목회자, 교육운동가로서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며 길을 열어주었던 ‘실천하는 어른’이었다. 말이 아닌 삶으로 가르쳤고, 무너진 시대 속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 따뜻한 스승이었다. 당대 한국 사회의 대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산주의자로 몰려 비극적으로 끝났고, 역사의 뒤편에 묻혀야 했다.
이 책은 저자가 2020년에 출간한 학술서 『한얼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를 토대로, 이후 연구를 보완해 새롭게 쓴 강성갑 평전이다. 그러나 단순한 인물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이 책은 해방공간이라는 미완의 시대를 성찰하게 하며, 오늘 우리가 회복해야 할 가치와 이상을 묻는다. 답을 단정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해방공간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꾼 한 잊힌 어른의 삶을 통해 우리가 다시 붙잡아야 할 길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오늘날 우리는 흔히 ‘어른의 부재’를 말한다. 역사를 제 입맛대로 해석하면서 자기반성은 없는 기성세대,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꾸어도 부끄러움이 없는 문화 속에서 청년들은 길을 잃고 극단적인 정치 성향으로 치닫는다. 이 문제는 단순한 이념 대립이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 책임과 무책임의 문제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만 많은 어른이 아니라, 청년들과 함께 고민하고 삶으로 길을 보여주는 진짜 어른이다.
좌절과 불안 속에서도 길을 만들어 간 강성갑 선생의 삶은 오늘의 청년 세대에게 여전히 유효한 길잡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라, 청년과 학생들을 위한 자기성찰의 책이다. 저자의 수업을 통해 강성갑 선생의 이야기를 접한 학생들은 그의 삶이 오늘 청년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고 공감했다. 이러한 뜻에 힘입어 책의 표지와 삽화, 추천사 모두 저자의 제자들이 함께 만들었다.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진짜 어른’의 모습이 이 책 속에 살아 있다. 잊힌 이름을 다시 부르는 일은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역사적이자 시대적인 질문이다. 갈등과 불신이 일상이 된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강성갑 선생의 이야기는 따뜻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 책은 과거를 복원하는 기록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삶의 길을 묻는 성찰의 초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