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는 노처녀이다.
일 년 전 역자가 프랑스 출판사에 어떤 책의 판권에 대해서 문의했을 때, 그 책의 판권은 이미 다른 출판사에 넘겼지만, 최근 이러한 신작이 나왔으니 참고해보라며 받은 것이 ‘노처녀’라는 단순 명쾌한 제목을 가진 해당 원고였다. 서문에서 저자는 바닷가에서 익사 사고를 당할 뻔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나이를 밝혔다. 43세. 마침 같은 나이였던 역자는 그때부터 어떠한 운명 같은 것을 느끼고 원고에 조금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역자는 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에게는 각자 자기 몫의 삶의 과제가 있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아이를 낳지 않는 것과 관련해서 삶이 내려준 어떠한 의무, 또는 과제 같은 것을 완료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은근히 찜찜함을 품고 있었다. 생물학적인 한계 이전에, 이제는 낳을 의지조차 없어졌다는 것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자신의 그러한 생각이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매우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사실 마땅히 그 소위 ‘임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당시 역자는 결혼에 대해서, 혼자 사는 삶, 혼자 사는 여성, 여성의
삶 등에 대해 한참 고민을 했고 여러 분야의 책을 통해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얻으려고 했으며, 이 책도 그러한 과정에서 만나게 된 책이다.
저자 마리 콕은 프랑스 릴의 고등 언론 학교를 졸업한 기자로, 2019년에 출간된 『요가, 하나의 역사이자 세계』의 저자이다. 『노처녀를 위한 변명: 한 가지 제안』은 그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자가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고, 일상생활에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소한 듯하지만 그렇지 않은 여러 가지 차별과 부당한 일들을 접하게 되었다. 발언권의 제한, 혼자 사는, 혼자 살겠다는 여성들에게 사회가 가하는 은근한 통제와 압박과 핍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생각한 것보다 그 범위가 넓고 은근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저자의 말투는 전혀 공격적이지도, ‘열사적’이지도 않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의 경험과 엮어서 늘어놓고 언급할 뿐이다. 그녀가 비혼을 주장하는 미혼녀가 아니기 때문에, 그저 살아가다가 그렇게 된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 계기를 솔직하게 밝힌 뒤에 저자는 그러한 미혼의 삶을 보내기 위해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바람직한 태도를 소개한다. 이 역시 그저 지극히 주관적이고 자신의 삶과 연관시키면서 말이다.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역자는, 자신이 혼자 품고 있는 것 같았던 고민들을 바다 건너 또 다른 문화권에서 살고 있는 여인도 똑같이 품고 있었다는 사실, 우리와 같은 상황(결혼하지 않은 ‘나이 든’ 여성)에 있는 모든 여성들이 겪고 있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었다. 그냥, ‘사람 사는 것 다 똑같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 이후 일 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처음과 다른 느낌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지만 독자도 역자처럼 다른 사람이 쓴 나의 일기장(이라고 하기에 역자는 결말에 나오는 경험을 한 적은 없다)을 보는 기분으로 이 책을 편히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