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단순히 풍경이 아니라, 나를 다시 발견하게 하는 과정이었다.”
손혁원 작가의 산티아고 순례 일기는 진솔하다. 꾸며낸 영웅담도, 과장된 미화도 없다. 발에 생긴 물집, 매일 반복된 배고픔과 지루함, 그리고 뜻밖의 눈물과 웃음이 있는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한 가지 진실이 담겨 있다. 길 위에서 우리는 결국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는 것. 책은 세 단계로 나뉜다.
육체의 시기는 낯선 길과 신체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시간, 정신의 시기는 질문과 감정이 뒤엉키는 시간, 영혼의 시기는 끝없는 걸음 끝에서 삶의 본질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또한, 저자가 만난 ‘루브르 형님’, ‘까미노 친구들’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순례길의 참맛을 전해준다. 함께 웃고 울었던 동료들의 이름이 한 사람 한 사람 기록된 것은, 이 책이 단지 저자의 기록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들어진 공동의 추억임을 보여준다.
읽다 보면 순례길을 걷지 않아도, 독자는 자연스레 그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책장을 덮는 순간,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릴 것이다.
“나도 언젠가, 한 걸음 내디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