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 수상작★
삶과 죽음의 경계를 그리는 저승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_쿠시키 리우(작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뜻한 눈물이 흘러나왔다.
_코교쿠 이즈키(작가)
잊힌 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고 사랑받지 못한 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가슴 따뜻한 감동 이야기.
형을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던 사쿠라 이타루는 여러 계약직을 전전하다 영혼을 볼 수 있는 남다른 능력 덕분에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에 입사한다. 평범한 회사인 줄 알았던 그곳은 알고 보니 망자들을 저승으로 안내하는 조금 이상한 회사였다. 신입사원 이타루의 임무는 바로 이승을 떠나 삼도천 강변으로 모여든 망자들을 인도하는 뱃사공이 되는 것! 저승으로 갈 준비를 마친 영혼들을 위해 이타루와 그의 선배 슈이치는 오늘도 노를 젓는다. 과연 이타루는 주어진 임무를 무사히 수행할 수 있을까?
이별 이후에도 누군가의 곁에
남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누구나 한 번쯤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이라도 살아 있길 바랄 때가 있다. 기억되고 싶은 나, 잊히고 싶지 않은 순간 하나쯤은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마음을 끝내 전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마지막까지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은 채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한다. 삶과 죽음을 연결하는 마지막 경계에서 이 소설은 우리는 누구나 사랑받기를 원했다고 말한다.
제29회 전격소설대상을 수상한 《잘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영혼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인공 사쿠라 이타루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모인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 사람들이 삼도천 강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판타지 성장 소설이다. 삶과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낸 섬세한 심리 묘사, 몰입을 높이는 탄탄한 스토리와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반전까지. 각자의 사연을 간직한 영혼들과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타루의 모습을 보면 감동의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죽은 자들을 말하지만
사실은 지금 살아 있는 우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삼도천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지 몰랐어.”
이 소설은 죽은 영혼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사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휴먼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설정 아래 숨겨진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판타지의 이면에는 지금 우리의 사회가 외면해 온 수많은 존재들의 얼굴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작가는 이러한 판타지의 구조를 빌려 고통받고 외면받다 끝내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이나 사라져도 되는 존재로 여겨졌던 이들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기까지 누구와도 연결되지 못한 삶과 단절의 그늘이 짙어지는 사회이다. 주인공 이타루가 만난 인물들은 모두 ‘관계로부터 밀려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가족도 친구도 마지막 인사를 건넬 사람조차 없다. 이들의 삶은 죽음 이후에야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 사람들의 시야에 포착되어 재조명된다.
1화에서는 방임된 채 자란 8살 소녀, 도모가 등장한다. 도모의 인생은 그 자체가 기적이었다. 그 누구도 그녀를 제대로 사랑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답게 살아본 적도 없었으며 인간답게 대접받은 적도 없이 죽음을 맞이했다. 결국 엄마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생각과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갈망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를 좁은 틀에 가둔다. 삼도천 강변에서 단절된 삶을 살던 도모. 어느 날, 자신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인정받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결국 그녀는 이타루를 이용해 이승으로 빠져나가 엄마를 찾아 나선다.
부모가 아이를 버리는 세상에서 왜 아이는 부모를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하는가.
_129쪽
2화는 젠지와 롄화의 사랑 이야기로 우리의 눈물샘을 멈추지 않게 만든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젠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러 방면에 다재다능한 동생을 이길 수 없었다. 성격, 교우 관계, 학교 성적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고, 계속되는 동생과의 미묘한 차별에 젠지는 자신의 존재를 점점 더 포기하게 된다. 결국 차별의 벽을 넘지 못한 그는 가족과 연락을 끊고 밑바닥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홀로 살아가던 중 타국에서 온 롄화를 만나며 사랑을 깨닫지만 예상치 못한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며 사랑했던 롄화에게까지 외면당한다. 롄화는 머나먼 타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였다. 언제든지 법적으로 추방될 수 있는 불안한 지위는 이름이 사라지고 존재가 사라져도 그 사실조차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는 가혹한 현실을 깨닫게 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젠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었다. 한 사람에게조차 폐가 되는 순간 관계에서 배제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젠지는 망자가 되어서도 스스로 물러나 버린다.
“아가씨 이름을 연꽃이라 쓰고 ‘롄화’라고 읽잖아. 연꽃의 꽃말은 휴양, 신성, 떠나가는 사랑이라고 해. 하지만, 나는 아가씨에게 또 다른 꽃말을 선물하고 싶어.”
_203쪽
3화는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의 직원인 지카게와 이타루에 관한 놀라운 비밀이 밝혀진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삶은 지속되듯 두 사람 역시 거대한 계기가 아닌 사람 간의 사소한 온기를 통해 구원받는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민폐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속에서도 마침내 자신이 누군가에겐 또 다른 사랑이라는 사실을 알아간다.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 사람들과 이타루의 가족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소중했던 사람이었음을 깨닫는 뭉클한 순간을 보여준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대신할 수 없고 대신해서도 안 돼.
_345쪽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
잊힌 채 죽어간 존재들…
이 소설은 그들을 위해 쓰였다.
사이노카와라 주식회사. 죽은 자들을 위해 일하는 회사라는 설정은 기이하지만 그들의 임무는 망자의 감정을 보듬어 주고 마지막 기억을 정리하며 따뜻한 작별 인사를 건네는 일이다. 참 온정이 넘치는 저승사자가 아닐 수 없는데, 마치 현실 세계에서 돌봄 노동자, 장례지도사들의 손길을 떠올리게 한다. 힘든 삶 속에서도 살아남았지만 끝내 사랑받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때로는 장례지도사의 손길로, 때로는 보육교사의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 싶은 것일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도 고요한 사랑과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작가는 저승이라는 판타지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전한다.
이타루와 동료들은 망자 앞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마음을 천천히 공유한다. 그리고 그들의 작은 연대는 자신이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누군가의 기억에 남고 싶다는 인간적인 욕망을 드러낸다. 이타루는 그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고 그들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켜본다. 비록 그 구원이 늦었을지언정 한 인간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음을 믿는 것이다. 이 소설은 단지 죽은 자들을 위로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받을 자격조차 박탈당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하는 소설이다.
《잘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영혼에게》는 더 늦기 전에 사회적 관계를 맺고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인간적인 행동인지를 상기시킨다. 삼도천 강변은 단지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아니라 사랑과 원망, 망각과 기억, 단절과 연결의 경계선이다. 이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소설은 기억되지 못한 죽음을 대신 기억하는 이 시대의 ‘저승사자’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이자 그 역할이 어쩌면 우리 각자의 몫일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잘가.” 그 짧고 조용한 작별의 인사는 이 세상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이들에게 바치는 단 한 줄의 위로이자 존재를 인정하는 가장 따뜻한 행동이다.
비록 영원한 작별일지라도 헤어짐은 눈물로 끝나지 않는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으며 우리들의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이 소설은 누군가의 삶이 어딘가에서 계속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 속에 나도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사랑과 위로였다는 진심을 속삭인다. 한 번이라도 “내가 사라져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타루의 마음은 반드시 닿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