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용 요약
· 최환의 꿈 -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국가대표를 꿈꾸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소년 이야기.
· 막내야! 힘내! - 자수 놓는 엄마의 사랑과 막내의 순한 성품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김.
· 김고운 - 사춘기의 불만과 죽음을 고민하던 소녀가 선생님의 편지를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이야기.
· 송명구 - 미숙한 아이에서 자라 국군으로 성장해 선생님을 다시 찾아온 감동적인 재회 이야기.
· 성재로 가자 - 산누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갖은 고난을 이겨낸 승철의 성장 이야기.
· 엄기동 - 늦된 아이 기동이 가족의 사랑으로 말문을 트고 걸음마를 시작하게 되는 감동 이야기.
· 가빈의 고대 여행 - 터키 여행을 통해 문명과 인간의 존엄을 깨닫는 성장 여행기.
· 곤줄박이 여섯쌍둥이 - 정원에서 만난 박새 가족과 소년 지민이의 따뜻한 교감을 다룬 자연 친화적 이야기.
어린이의 눈으로 본 세상, 어른이 꼭 함께 읽어야 할 동화- 『길 위의 보석』
정경련 작가의 동화집 『길 위의 보석』은 동화란 단순히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증명해 주는 책이다. 작가는 교직 현장에서 40여 년 동안 어린이들과 함께 지내며 직접 보고 느낀 삶의 단면들을 작품 속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그 결과, 이 책은 단지 아동문학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위한 이야기’이자 ‘교육적 성찰’이 깃든 인생 동화로 다가온다.
이 책은 마치 하나의 긴 기차 여행처럼 구성돼 있다. 여덟 개의 객차 칸에 해당하는 여덟 편의 동화는 각기 다른 어린이의 삶과 고민, 아픔과 희망을 품고 있다. 어린이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위로받을 수 있으며, 어른 독자는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잊고 지낸 감정과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동화 속 인물들이 하나같이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끝내 그 현실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최환의 꿈’에서 최환이는 축구 선수를 꿈꾸며 병든 엄마와 어린 동생을 돌보는 소년이다. ‘막내야! 힘내!’의 영선이는 가족 안에서 소외당하면서도 엄마의 따뜻한 손길 하나로 위로받는다. ‘김고운’은 사춘기의 벽에 갇힌 아이가 죽음을 상상하다가 생명의 빛을 발견하고, ‘엄기동’은 발달이 늦은 아이가 가족의 사랑과 정성으로 기적처럼 성장해 나간다.
이 작품들에서 중심에 놓이는 것은 언제나 ‘관계’다. 가족, 교사, 친구,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상처받고, 성장하고, 다시 사랑을 배우며 변화한다. 특히 교사와의 신뢰 관계를 그린 ‘송명구’는 교사와 제자의 재회를 통해 교직의 숭고함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이는 정경련 작가가 2001년 영주선비교육상을 수상할 만큼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과 진심이 글 속에 깊이 녹아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동화에 등장하는 배경과 정서는 한국의 농촌, 전통, 자연을 배경으로 따뜻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작가는 민화, 닥종이, 자수, 자연 풍경 등 시각적이고 감성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고, 어린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러한 감각은 단지 이야기만 읽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그림책을 넘기듯 읽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길 위의 보석』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삶이라는 여정 위에 흩어진 보석 같은 이야기들을 하나씩 주워 담는 체험이 된다. 그 보석은 완성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아직은 거칠고 가공되지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아이들’이다. 이 책은 그 보석들이 언젠가 빛을 낼 수 있도록 독자에게 묻는다. 우리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빛과 방향을 주고 있는가?
정경련 작가는 동화 속에서 판타지를 남용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 진짜 감정을 담는다. 그래서 그의 동화는 요란하지 않지만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환상보다 현실의 온기를 담은 그의 동화는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진짜 위로’다.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는 공감과 위안을, 어른들에게는 성찰과 감동을 선사하는 이 시대 가장 필요한 동화집 중 하나다. 학교와 가정에서 함께 읽히길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들 만큼, 교육적 가치와 문학적 감동이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