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것이 아닌 불온함을 숨긴 전설들
그 오랜 공포를 깨우는 여섯 편의 서늘한 이야기
분노를 사면 부귀를 안겨준다는 괴물의 둥지에서 눈을 뜬 여인이 괴물의 실체에 접근하며 겪는 섬뜩한 일을 그린 〈금녀〉. 귀신을 볼 수 있는 여우의 눈을 가진 주인공이 사람들은 귀신의 소행이라 여기는 연쇄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여우의 미소〉. 쥐 떼가 창궐한 외진 고을에 문제 해결을 위해 찾아온 양반과 몸종이 맞닥뜨린 괴기한 현상을 다룬 〈달리 갈음, 다리가름〉. 연못 아래에서 선녀 같은 소녀와 백년가약을 맺었지만, 금지된 방에 들어가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된 후 그곳을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사내의 분투기 〈폭포 아래서〉. 쇠락한 고을에 방문한 어사가 이방의 기묘한 죽음-호랑이에게 잡아먹혀 머리만 남았는데, 그 얼굴이 활짝 웃고 있었다는-을 둘러싼 진실을 규명하는 〈웃는 머리〉, 반쪽 몸만 가진 채 태어나 온갖 구설수 속에 살아온 반쪽이가 대감의 딸을 데려가겠다며 요술과도 같은 기이한 술수를 부리며 접근하는 〈반쪽이가 온다〉. 이 여섯 편의 이야기는 원전이 지닌 고전 서사의 매력에 작가들의 특기인 호러와 미스터리 장르 특유의 날 선 긴장감이 더해져 흥미진진한 장르 소설로 완성되었다.
제목인 ‘귀신새 우는 소리’에서 ‘귀신새’는 호랑지빠귀의 별칭이다. 특징 없고 자그마한 참새지만 특유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한밤중 깊은 산속에서는 마치 귀신 소리처럼 무시무시하게 들린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맑은 낮, 번화한 곳에서 들었다면 아무렇지 않을 새소리가 고요한 어둠 속에서는 듣는 이의 마음을 서늘하게 만들며 ‘진짜 공포’를 불러낸 것이다. 《귀신새 우는 소리》 또한 그렇다. 시대와 상황이 다르기에 오늘날의 기준에서 보면 다소 낯설거나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전설들을 원전으로 삼았지만, 호러를 사랑하는 여섯 작가의 손에 재탄생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깊고 어두운 밤 ‘귀신새 소리’를 들을 때처럼 생생히 실재하는 공포를 느끼게 만든다. ‘옛날 옛적 어느 한 고을에……’라는 이야기책 구절에 마음 설레본 독자, 어린 시절 눈을 반쯤 가리고 〈전설의 고향〉을 시청하며 가슴 뛰어본 독자라면 분명 《귀신새 우는 소리》가 선사하는 독보적인 ‘전설×호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 내용 소개
류재이 〈금녀〉
“괴물이 원님의 아내를 잡아간다고 하니, 딸년을 원님에게 시집보내란 말이로구먼?”
이지유 〈여우의 미소〉
“네가 보기에도 내가 이런 일에 열심을 내면 인간이 될 거 같은가 보구나.”
유상 〈달리 갈음, 다리가름〉
“쥐가, 들끓습니다. 수백, 수천의 쥐가. 때로는 파도처럼 덮치고, 때로는…… 사람 모습을 하고서.”
박소해 〈폭포 아래서〉
“서방님, 왜 연못 밖으로 나가려 하십니까? 바깥세상이 이곳보다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무경 〈웃는 머리〉
“호랑이에게 죽었다는 이방은 머리를 마구 깨물렸는데도 입이 웃고 있었다지?”
위래 〈반쪽이가 온다〉
“저승의 계약을 잘 속이면 두 사람의 수명을 서로 바꿀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