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를 돌보며 하루 36시간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 가족의 하루는 36시간입니다』는 첫 출간 이후 약 40년 동안 치매 환자를 돌보는 수많은 가족에게 ‘함께 견디는 힘’에 관해 말해온 책이다. 당시만 해도 치매는 ‘노망’이라는 잘못된 인식 속에 방치되기 일쑤였고, 환자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공적으로 논의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 시대에 출간되어 최신 의학의 진전을 반영해 개정을 거듭한 이 책은 의학적 지식과 생활 속 돌봄 경험을 결합해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마주하는 현실을 구체적이고도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이처럼 하루가 36시간인 듯 살아가는 치매 환자 보호자들에게 돌봄의 고단함과 인내를 다 알고 있다는 듯 어루만져주는 ‘치매의 바이블’이 드디어 한국어로 번역되어 국내 정식 출간되었다.
이 책이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단순한 의학 지침서를 넘어 ‘돌봄의 동반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병의 진행에 따른 변화, 환자의 행동과 심리, 그리고 보호자가 마주할 갈등과 감정까지 세심하게 다뤄져 있다. 각 장마다 구체적인 사례가 실려 있어 자신의 상황과 겹쳐 읽는다면 실질적인 도움 역시 얻을 수 있다. 초판 이후 40여 년간 여러 차례 개정되며 최신 연구 결과 및 임상 경험을 반영했고,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된 7차 영문 개정판은 특히 약물 치료와 행동 증상 관리, 외부 지원 체계 활용에 대한 최신 정보까지 보강하여 담아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환자를 존중받아야 할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는 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치매 돌봄의 역사를 함께 써 내려온 기록이기도 하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치매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이 이 책이 세상에 나오고 난 이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질병으로 이해하게 되었고,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와 서비스도 확대되었다.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서 이 책은 오랜 세월 변함없이 보호자들에게 손을 내밀어왔다. 돌봄이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이 책은 지금도 수많은 이들에게 ‘혼자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그것이 바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돌봄의 길목에서 마주하는 사례와 해법
이 책은 치매 환자 가족의 마음 깊은 곳에 닿는 공감과 실질적(의학적) 도움을 동시에 전하는 지침서다. 치매를 마주한 가족들이 겪는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그 외로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환자와 보호자가 겪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 마음을 어루만지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치매를 연구하는 연구자인 저자가 직접 채록한 경험담들은 우리가 혼자서 돌봄의 무게를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돌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치매 진단 이후부터 환자의 말기까지, 보호자가 마주하는 여러 상황에 단계별로 맞춤형 안내를 제공한다. 각 장에서는 치매 환자의 행동 변화, 신체적·정신적 증상 관리, 일상생활 지원, 그리고 감정적 부담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실제 사례를 통해 돌봄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상세히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조언을 알려준다. 보호자는 책을 통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하고, 환자와 자신 모두의 삶의 질을 최대한 지키는 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홀로 걷지 않는 돌봄
치매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보호자가 겪는 감정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분노, 죄책감, 고립감, 그리고 심지어는 무기력감까지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하며 때로는 자신을 돌보는 것조차 어렵고 사치로 느껴진다. 그때, 이 책은 위와 같은 감정들을 숨기지 않고 마주할 용기를 북돋는다. 그리고 결국 보호자가 자신의 건강과 마음을 챙기는 것이 환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기 돌봄은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다. 상담과 자조 모임 같은 지원 체계를 적극 활용하여 자신을 돌보는 일은 보호자를 더욱 사랑하며, 지속 가능한 돌봄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치매 환자를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 대하는 시각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치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오해가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환자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은 돌봄의 가장 근본적인 바탕이다. 환자를 간 개인으로서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과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자세를 통해 보호자와 환자 간의 신뢰와 유대는 더욱 단단해진다. 이러한 존중의 마음은 보호자가 겪는 감정적 부담을 덜어내는 데에도 큰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보호자와 환자가 외부의 도움과 사회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길을 안내한다. 재가복지서비스, 주간보호센터, 단기 돌봄 서비스 등 다양한 돌봄 지원 체계의 종류와 이용 방법을 상세히 설명하며 돌봄 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보호자가 혼자 모든 부담을 짊어지기보다, 지역사회와 정부,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으며 함께 돌봄의 길을 걸을 때, 환자와 가족 모두가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