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은 인격을 만들고, 인격은 품격을 이루며, 품격은 결국 사회의 품격을 결정한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는 인성을 둘러싼 오해와 축소된 이해를 넘어, 그것이 개인의 삶과 사회의 품격을 잇는 핵심 고리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인성을 도덕적 성향이나 타고난 성격이 아닌, 삶 속에서 개발 가능한 인간 역량으로 재정의한다. 감정 조절, 공감, 책임, 회복 탄력성, 자율성, 갈등 관리 등은 단지 개인의 미덕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기반임을 강조한다.
이 책은 인성을 단순한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생애 전반에 걸쳐 길러져야 할 발달 과업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Humanness(사람됨)’와 ‘Weness(관계적 공동체성)’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제시하며, 인성이 단절 없이 발달하지 못할 경우 - 그는 이를 Deterred Development라 부른다 - 개인의 내면과 대인 관계 모두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인성교육을 학생만의 과제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오늘날의 30~40대 학부모와 교사 세대를 공동체 해체 이후를 살아온 ‘인성적 결핍 세대’로 진단한다. 대가족과 마을 공동체의 붕괴, 아파트와 핵가족의 확산, 성적 지상주의의 문화는 이들이 ‘사람됨’을 경험하고 제대로 된 공동체성을 훈련받을 기회를 박탈했다. 그 결과, 학생-학부모-교사 간 신뢰가 무너지고, 학교 현장에는 ‘갑질’과 냉소, 고립과 탈진이 만연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한 진단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학생뿐 아니라 젊은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인성교육 역시 시급하다고 역설한다. 그 연장선에서, 그는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한다. 특히 유치원과 초등학교에는 이 법의 적용 자체를 배제해야 한다는 과감한 제안을 던진다. 이는 저자가 시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다룬 수많은 사례들을 통해 체감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저자는 현 제도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학교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며, 처벌과 격리가 아니라 성장과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는 수련 활동의 근본적 회복을 촉구한다. 체력 단련이나 캠프성 체험에 머무르지 않고, 감정 조절, 마음 수련, 갈등 해소 등 인성을 중심에 둔 활동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이 이를 형식적 행사로 전락시키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이 책의 핵심 통찰은 명확하다.
인성이 실천될 때 인격이 형성되고, 인격이 성숙할 때 품격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 품격이 모여, 결국 사회의 품격을 이룬다.
인성은 개인을 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질서와 품위를 구성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는 단순한 인성교육론이 아니다.
이 책은 교육, 철학, 공동체, 정책, 그리고 인간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나온 사람됨의 선언문이다.
사람됨이 무너진 시대, 사람됨을 회복하지 않고는
어떤 제도도, 어떤 권리도, 어떤 사회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 책은 인성을 통해 인격을 일구고, 인격을 통해 품격을 세우며,
그 품격이 모여 다시 사회를 바꾸는 길을 제시한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질문이지만, 동시에 방향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