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불황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공을 이루려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다양한 거시경제지표에서 그 침체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GDP 성장률은 0~2%에 머물렀고, 2011년 세계 2위 GDP 국가에서 중국에 밀렸다. 그 후에도 2023년에는 독일에 밀려 4위로 하락했으며, 2025년에는 인도에 추월당해 5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은 일본 경제를 짓누른 가장 심각하고 장기적인 문제였다. 1992년의 1엔 가치는 30년 후인 2021년에 1.06엔의 가치로, 거의 동일한 가치를 유지하고 있었다. 물가는 좀처럼 상승하지 않았고, 이는 소비심리 위축과 기업투자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과 임금 정체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선 구조적인 수요부족과 소비심리위축을 나타낸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잠재 성장률 하락과도 맞물려,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임을 드러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의 경험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는 비단 이러한 문제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그동안 혁신적이고 앞서가던 독보적인 기업들이 기술과 취향, 문화의 변화 등으로 잊히거나 살아남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 세계 핸드폰 점유율 1위였던 노키아, 그리고 특정 기업인들만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블랙베리의 매각과 철수 역시 가히 충격적이었다. 필름 카메라 및 영화 산업의 선두주자였던 코닥 역시 지금은 의류 브랜드의 하나인가 싶을 정도로 잊히고 있다. 그 반대로 카운터 파트너였던 후지필름은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내면서 건재하다.
한국과 일본은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야후를 예로 들어보자. 야후 코리아는 혁신적이고 개방적인 기업 문화로 한국에서는 명성을 떨쳤지만, 2012년 돌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 기업의 철수로 네이버와 다음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반면 일본의 야후 재팬은 현재까지도 검색엔진 1위로서 건재하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가 1996년 야후와 공동출자를 한 것으로부터 시작, 일본 내 주식을 총인수하였고, 현재는 일본 회사다. 소니가 설립 당시에는 재벌 기업 사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스타트업이었다는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현재는 사업의 다각화 및 우주 산업에까지 진출하는 등 혁신을 이어가며 사랑받는 일류 기업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일본의 기업들은 변화를 통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작은 시골 지역에서 시작해 전국, 글로벌로 성장하기도 하고, 니치 마켓을 공략하거나 독자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생존을 넘어서 성공한 기업들도 있다.
일본의 이러한 전략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정학적 위기와 불황을 이겨낼
생존 전략을 ‘뛰어넘는 전략’
일본은 근대화 이래 수많은 외부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여 ‘좋은 것은 흡수하고, 더 좋게 만든다’라는 독특한 전략을 견지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모방을 넘어, 수입된 기술이나 문화, 제도를 자국 환경에 맞게 국산화하고, 지속적 개선(카이젠)을 통해 내재화하는 경영 철학을 확립하였다. 그 결과 일본 기업들은 장기간의 경험 축적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로 혁신 역량을 키우며, 이를 통해 시대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과거 일본 기업들이 보여준 이러한 태도는 단발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과 개량 과정을 통해 안정적인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들은 서구의 기술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고품질, 고신뢰성의 국내 제품으로 전환하는 국산화 전략을 구사하였고,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안정적 자원 확보와 고객 신뢰를 높였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기 이익에만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흐름을 관찰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피보팅(Pivoting)과 개선을 결합하여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하고, 실패가 발생하더라도 개선을 반복하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성과를 끌어내는 전략은 일본식 경영 철학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잃어버린 30년’이라 불린 일본이 다시 살아나고 있듯이, 우리도 그들이 밟아왔던 것 중에 좋은 것만 선택, 흡수해서 방향 전환 및 개선한다면, 이 불확실한 시대에서 분명 살아남을 수 있다.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인재를 채용하고, 누구라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혁신하며, 외부 전문가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다소 낯설고 두려울 수도 있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글로벌 흐름을 포착하고, 거기에 맞춰 준비한다면, 지정학적 위기와 불황을 이겨낼 수 있다.
책 《좋은 것은 흡수하라》를 통해 한국의 많은 기업과 기업인들이 일본 기업의 위기 돌파의 지혜를 배우고, 그들의 생존 전략을 ‘뛰어넘는 전략’으로 활용한다면 세계 무대에서 계속해서 경쟁하며 성장해 나가는 한국이 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첫째, 슬로건의 중요성, 회사 비전을 명확하게 세워라. 기업이 왜 존재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은 창업자의 신념에서 출발해 현대 경영과 미래 존속을 관통하는 핵심 전략의 축이다. 기업의 슬로건과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는 이유는, 모든 임직원이 공통된 가치와 목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결국 내부 의사결정과 조직문화 형성의 기준점으로 작용하며, 초기 단계에서 설정한 비전 및 이념은 시간이 흐르며 시대적 맥락에 맞게 재해석되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한다.
둘째, 결단하고 책임질 수 있는 리더가 있어야 한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리더의 과감한 판단과 신속한 실행이 필요하다. 이는 회사의 비전과 미션 하에 장기적인 개발과 개선(카이젠) 정신을 이어받아, 끊임없는 기술 연구, 사업 다각화, 해외 진출 등 다양한 시도를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기업 DNA에 내재된 가치와 방향성에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셋째, 인사에서는 채용과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재 채용’부터 전략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스펙이나 단기 성과를 기준으로 사람을 뽑기보다, 기업의 장기적 비전과 이념에 공감하고 조직 문화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넷째, 윤리적 경영과 조직 문화가 필수적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위해서는 ‘윤리적 경영(Ethical Management)’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 특히 ‘심리적 안정감(Psychological Safety)’, ‘개방적 소통(Open Communication)’, ‘지속적 개선(Kaizen) 정신’은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하고 실패를 학습 기회로 활용하여 끊임없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다섯째, 리스크를 관리하라.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기술 발전 속도, 환경 규제 강화, 노동력 부족, 경제·정치적 변화 등 다차원적 리스크 요인을 미리 식별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리더는 기업 생존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리더십은 단순히 문제 발생 시 ‘소방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완화하며, 기회를 새롭게 창출하는 ‘전략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여섯째, 외부와의 협력을 두려워하지 마라. 불확실성과 복잡한 리스크 요인이 산재한 시대에는 ‘내부 시각’만으로는 미래 방향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내부 인재 풀과 사내 경험만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이는 단기적 대응 능력을 넘어 장기적 성장 잠재력까지 제약할 수 있다. 반면, 전문 경영컨설팅 파트너나 에이전시 등과 협력한다면, 보다 넓은 시야와 다양한 실무 경험을 통한 통찰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