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욕망하고, 당연한 걸 당연하게 하고 싶다
“페미”가 욕이 되는 시대, 페미냐 아니냐를 두고 사상 검증을 하는 시대다. 그렇게 젠더 갈등이 한참이던 중, 페미니스트는 영원히 이성애 연애를 할 수 없느냐는 글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다양한 댓글이 올라와 댓글창은 폭발할 것 같았는데 그중 인상 깊은 댓글이 하나 있었다. “커뮤에 휩쓸려 현실 인생을 눈치보며 살지 마.”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 책을 쓴 저자 역시 페미니스트가 건강하고 “빻지 않은” 이성애 연애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고 고백한다.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모두 비연애와 비섹스의 세계로 나아갈 때, 그런 고민을 했다. 나는 지금 이성애 연애를 하고 있는데, 어쩐지 그걸 말하는 순간, 친구들을 배신하는 것 같았다고. 실제로 페미니스트 동료나 선배들이 결혼했다고 말하는 순간 “뭔가 깬다”라는 느낌과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페미니스트는 남자와 연애하면, 사랑하면 안 되는 걸까.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한국남자가 몇 프로 안 되어서,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서 사랑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솔직하게 말한다. 페미니스트라서 욕을 먹기도 하고, 페미니스트라서 너가 싫다고 말하는 남자도 있지만, 여전히 자신은 남자와 사랑하고 남자를 욕망한다고 말이다. 페미니스트라서 숨겨야만 했던 그 욕망에 대해, 속시원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연재를 시작했다. 현실 인생을 “커뮤 때문에” 눈치 보며 살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그 욕망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꼭꼭 누르고 감춰온 자신의 솔직한 욕망을 말이다. 그동안 남자를 만나며 연애를 숨겨온 시간부터, 비건이자 페미니스트로 한국에서 살며 만나는 다양한 갈등과 고민을 전부 글감으로 잡아 보았다. 페미니즘이 뭐길래, 연애와 사랑 사이에서, 왜 포장을 해야 하는 걸까. 그래서 저자는 2030 남자들도 만나 인터뷰를 해보았다.(2부) 남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페미니즘은 무엇인지, “남미새” 페미니스트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들의 진짜 이야기도 정리해 담아 보았다. 저자는 혼자서 페미니즘과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치색과 이념이 전혀 다른 한국 남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이 가진 두려움과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감까지도 과감없이 들어 보았다.
지금, 우리는, 왜 서로 오해하고 사랑하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슬기롭게 욕망하고, 자연스럽게 페미니스트로 살기
누군가는 말한다. 남자가 정말로 여자를 사랑했다면 가부장제는 진작에 없어졌을 거라고 말이다. 우리가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한다면 여성 혐오의 말들이나 성착취물도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는 남자를 정말로 사랑하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한 명의 인간”으로 존중할 수 있다고 진정으로 믿기 때문에 페미니스트다.(민서영 작가의 추천사 중) 남미새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남자와의 당연한 연애와 욕망을 꿈꾸기에 이 책을 끝까지 썼다. 그리고 더 많은 남미새 페미니스트들이 자신의 욕망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공유하기를 바라기에 이 글을 썼다. 이제 숨기지 않아도, 억지 부리지 않아도 되지 않나. 연애하는 게 어때서, 한국 남자가 어때서, 서로 대화와 이해가 가능한 지점이 있을 거라고, 저자는 고백한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한 사람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남미새이자 페미니스트, 욕망하고 욕망당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사랑하길 바라는 자, 남자와 의심없이 사랑하고 싶은 자, 그런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이야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