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상처와 역사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기억 연구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를 비롯해 다양한 이념 그룹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이념 지형의 핵심에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상반된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개인의 삶에 남긴 흔적을 탐색하는 한편, 남북 모두에 내재된 전쟁의 아픔을 끄집어내어 재기억함으로써 전쟁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전쟁을 가해자와 피해자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쟁기억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트라우마를 자신과 집단의 정체성으로 통합하고 자신이 당한 고난의 의미를 더 높은 가치와 연결할 것을 제안하는데, 이 같은 외상후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선 역사적 진실을 가려내고 정의를 구현하는 기반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의 특징은 한국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상처를 직면하고 전쟁에 대한 재기억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 노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재현되는 문화적 기억을 주로 사용한다. 공식적인 문서나 언론의 기사가 아닌 문학으로 기록된 ‘사람의 기억’은 전쟁과 사회의 미시적 수준에서 더 한층 내려가서 ‘전쟁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분단이라는 구조적 맥락하에 관련된 문학작품을 인용하고 소설과 수기 등의 개인 서사를 차용함으로써 사회학적 관점과 인문학적 관점을 혼합하고 있다.
문학과 문화적 기억을 토대로 한국전쟁 기억을 화해적으로 재구성하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적 트라우마는 구조적·집단적·장기적 폭력을 경험한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후세대와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전수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 책은 집단기억은 문화적 기억으로 전승되기 때문에 문화기억, 즉 기념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전쟁은 우리에게 무력으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그 희생과 대가가 너무도 크다는 교훈을 안겨주었다. 한국전쟁이 남긴 상처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으며, 수세대에 걸쳐 지속되고 있다. 그러므로 통일은 평화를 목적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추구되어야만 한다. 내부의 이견과 갈등을 타협과 공존으로 풀어감으로써 민주사회의 수준과 역량을 높이는 것이 평화를 구축하고 통일을 준비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독교통일지도자학을 전공한 저자는 북한, 통일, 탈북민과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를 수행하면서, 전환기 정의, 용서와 화해, 트라우마 치유, 갈등전환을 주제로 한 인문학적 연구에 힘써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오랜 세월 국가적·사회적·문화적으로 억압되었던 각 개인의 기억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