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부터 나는 얼마나 오래 도망칠 수 있을까?”
고통을 피해 달아난 소년, 진실과 마주한 청년의 이야기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실직한 아버지 대신 아르바이트로 가계를 책임지던 코이치로. 어느 밤, 고생해서 모은 전 재산 8만 엔이 사라진 사실을 깨닫고 아버지를 추궁한다.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인정하는 것도 모자라,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데…. 분노에 이성을 잃고 주먹을 휘두르던 코이치로는 눈길 위에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한 채, 고향에서 도망쳐버린다. 하지만 가진 돈은 금세 바닥나고, 고단한 거리의 생활에 지쳐가던 그때,
“뭐, 사연이라도 있나?”
공원 구석, 노숙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길 위에서 여러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청년으로 성장한 코이치로. 그는 자신이 꿈꾸던 ‘평범한 삶’을 되찾기 위해 진실과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고향으로 향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걸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어요.
누군가를 지팡이처럼 의지하며
살아가는 시기가 있어도 괜찮아요.”_아이자키 유(저자)
고철 수거, 일용직, 노점상… 살아남기 위해 코이치로는 쉼 없이 움직이며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간다. 그러나 이 소설이 진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내가 살아갈 이유는 무엇인가’, ‘다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 앞에서, 코이치로는 고요하지만 끈질기게 자신의 길을 찾아간다.
그의 하루는 거칠고 외롭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은 사람을 만나고, 서로의 작은 온기에 기대어 살아간다. 노숙자 미우라 씨, 프리터족 A군, 일용직 동료 아이바 아재….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밀려나 도시의 뒷골목에 머무는 사람들과의 소박하고 진솔한 교류는 코이치로가 혼자 짊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무게를 나누고, 삶을 다시 시작할 용기를 갖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소설은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 배제된 이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며,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함과 함께 잃어버린 따뜻함을 잃지 않는다. 코이치로가 보여주는 성실함과 완고함은, 그의 불완전한 삶을 향한 진심 어린 애착이자 끝까지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힘이다. 동시에,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난’ 모든 존재들을 위한 위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