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들려주는 생명과 건강 이야기
이제는 미생물을 적으로 보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미생물이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해 존중하고 함께해야 하는 문명을 가진 존재라는 관점으로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이런 관점의 변화는 과학과 의학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져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새로운 방법을 열어줄 과학혁명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의 목표는 독자들이 우리가 또 다른 과학혁명의 여명기에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돕고, 이 작은 동거생물에 대해 더 많이 배우고 더 친근하게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과 질병에서 인간 미생물의 잠재적 역할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먼저 미생물 세계로의 여정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왔고,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우리 몸은 미생물이 서식하는 거대한 세계이며, 이 미생물은 다른 신체나 환경으로 이동해 우리 몸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할 수 있다. 미생물들은 수백만 년 동안 인간 숙주를 매우 주의 깊게 조사해 우리 몸의 해부 구조와 생리 현상, 우리의 강점과 약점을 매우 명확하게 이해하고 우리와 소통할 방법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는 입주자인 미생물에 대해 부분적으로는 이해하지만, 거의 대부분 알지 못한다. 이제 우리는 이 새로운 세계를 화성을 포함한 우주를 탐험하듯이 끝없는 호기심으로 살펴야 한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인체 미생물 군집을 대상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Part 1에서는 미생물과 인간의 공진화적 관계를 진화생물학의 시각에서 풀어낸다. 여기서는 세균뿐 아니라 바이러스, 진균, 고균, 기생충 등 다양한 생명체들이 유기적으로 얽힌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의 ‘생태계적 속성’이 강조된다. 특히 이들은 단지 장 속에 존재하는 생물이 아니라, 인간 게놈보다 100배 이상의 유전정보를 지닌 메타게놈을 통해 인간의 건강과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메타전사체·대사체 등 다중오믹스 데이터와 임상·환경 정보를 통합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Part 2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 간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다. 염증성 장질환, 자가면역질환, 비만, 신경·행동장애, 암까지 미생물이 이들 질병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의 병리학적 해석을 넘어선다. 미생물 대사산물, 후성유전학적 발현 조절, 면역계 조절 네트워크 등이 질병 발현의 새로운 설명으로 제시된다.
Part 3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 도구’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다룬다.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와 같은 생물 기반 치료는 물론, 인공지능과 합성생물학의 접목을 통해 정밀 의료 시대의 청사진을 그린다. 장-뇌 축(Psycho-biotics)과 노화에 따른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에 관한 연구도 포함된다.
이 책의 에필로그는 가상적인 2030년 의료 현장을 배경으로, 자폐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유아에게 유전자 조작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처방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함으로써 자폐증을 예방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들은 이 시나리오가 2022년 당시 약 10년 후의 미래를 상상한 것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면 2030년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런데도 마이크로바이옴을 질병의 새로운 예방법과 치료법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사고와 접근이 필수적임을 거듭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