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양정무 교수 강력 추천
스타 탄생의 배경부터 아트페어 입성까지
세상이 주목하는 미술 시장의 법칙
유명인의 수집 목록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미술품. 일찍이 그 가치를 알아보고 사두면 훗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격이 치솟는다는 점에서 재테크 수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문제는 컬렉팅의 세계에 입성하려면 단지 안목, 재력만 갖춰서는 어렵다는 점이다. 전 세계 컬렉터, 아트페어, 경매장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안다면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단언컨대, 이 책에 등장하는 24인을 빼놓고 시작할 수 없다. 이들이 스타 작가로 거듭난 사연과 결정적 작품을 통해 미술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부터 알아보자.
미술계에는 극적인 이야기가 유독 많다. 물론 그 이야기에 작가의 생애와 돈이 빠질 수 없다. 생전에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았으나 사후 수년간 사랑받으며 일반인에게 닿을 수 없는 초고가로 거듭난, 혹은 그림을 좋아하던 평범한 어린 시절을 거쳐 긴 단련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작품당 가격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이야기. 『탐나는 현대미술』 속 이러한 비하인드가 미술 세계로 입장하는 문턱을 낮춰준다. 미술 시장을 뜨겁게 달군 니콜라스 파티가 쉽게 부서지는 파스텔의 매력에 빠져 그림의 운명을 바꾼 사연, 추상화와 구상화 사이에서 전통과 현대를 지혜롭게 교차해 가는 플로라 유크노비치의 기법, 이미 30대에 1,000만 달러 작품을 선보인 아드리안 게니의 과작寡作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 등장한 NFT 작가 비플의 작품까지 다룬다. 물론 충격에 가까운 아모아코 보아포 경매 기록과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해진 매튜 웡의 짧지만 강렬했던 생애도 놓칠 수 없다. 2023년 미술계가 활황에 접어들었을 당시 여성 아티스트들의 굵직한 활약도 눈길을 끈다. 일하는 현대 여성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은 캐럴라인 워커, 즉흥 작업으로 유명한 록카쿠 아야코를 통해 가와이 예술의 계보를 알아가는 과정 역시 흥미롭다.
후술을 통해 선보이는 시대의 격랑을 이겨낸 대작가들의 목록은 더욱 화려하다. ‘현대미술의 제왕’이라는 수식이 절대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화를 시작으로, 데이비드 호크니, 최근 현대미술관에서 화제를 모은 론 뮤익까지 이 책 한 권이 그야말로 아트페어다. 곧 한국에서 전시를 앞둔 루이즈 부르주아의 소개는 전시 프리뷰로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는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이 책에 실은 그림들의 가격을 한화로 추산하면 5000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더비, 크리스티 주요 경매 기록, 작가의 생애 그리고 작품 수, 제작 방식에 이르는 복합적인 정보 속에서 이 가치는 실재가 된다.
아트페어와 미술관을 지나
우리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미술의 세계
가을은 사실 독서가 아니라, 미술을 위한 계절이다. 일찌감치 얼리버드 매진 소식을 전한 프리즈 서울이 9월의 시작을 알린다. 프리즈 런던, 아트바젤 파리까지 전 세계가 가을을 맞아 굵직한 미술 행사 준비에 돌입했고,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들은 이때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미술이란 단어만 떠올려도, 어렵고 난해하다는 선입견에 거리를 두었던 대중들도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에서 현대미술관의 유명 전시 소식이 업데이트되면 수십만의 관람객이 몰려들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또한, 니콜라스 파티, 아모아코 보아포, 무라카미 다카시, 루이즈 부르주아 등 유명 작가의 전시가 이제 서울을 비롯해 경주, 울산에서도 개최될 정도로 미술의 인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이 시점에 한국에서 누구보다 발 빠르게 미술계 소식을 알려온 김슬기 기자가 최근 시장이 눈여겨보는 현대미술 작가를 정리해 선보이는 것은 시의적절하면서도 독보적이다. 미술을 잘 몰랐던 이들이 이 책 한 권으로 저평가된 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갖출 수는 없다. 그러나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기에는 충분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분명 미술을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