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떻든 솔직히 똑바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왜 그리스도인인가? 참으로 사람이고자!
이 단순한 물음은 한 사람의 인생과 신앙, 사유 전체를 흔드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한스 큉은 이 책을 통해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단순한 교리 설명이나 신학적 논증이 아니다. 그는 예수의 삶과 가르침 안에서, ‘참된 인간다움’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단지 종교적 정체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결단’이다. 예수는 인간의 가장 깊은 차원(사랑, 자유, 정의, 고통, 죽음) 속에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몸소 실현했다. 왜 그리스도인이냐고 묻는 이들에게 한스 큉은 이렇게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 추종으로 사람은 오늘의 세계에서 참으로 사람답게 살고 행동하고 수고하고 죽을 수 있다 - 행복할 때나 불행할 때나 삶에서나 죽음에서나 하느님께 의지하고 사람을 도우며”(461-462쪽).
무엇이 예수의 핵심인가?
예수는 단지 위대한 종교 창설자나 학자가 아니다. 그는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고, 하느님의 뜻인 사랑을 실천하며, 십자가와 부활을 완성했다. 예수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을 얽매는 율법 대신 자유를, 배제가 아닌 포용을, 보복 말고 용서를 말하며 살아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 주었다. 그는 연약한 인간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철저히 인간으로 살아감으로써 참된 인간됨의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다. 한스 큉은 예수를 기억하고 추종하는 것이 곧 사람다움의 완성과 초월, 즉 인간 존재의 ‘지양’임을 강조한다. 그는 맹목적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신앙이란 단지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이성적 사유와 역사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본다.
현대인의 그리스도인 실존을 위한 참고서
현대인은 하느님, 죽음, 진리 등에 관해 끊임없이 묻고 의심한다. 이는 신앙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때문이다. 한스 큉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종교적 신념이나 교리 수용의 문제를 넘어서는,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한 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단순히 교리나 전통을 재확인하는 게 아니라 오랜 신앙 여정과 사유, 내적 투쟁을 통해 발견한 통찰을 담은 저자의 고백적 작업이다. 그의 관심은 그리스도교 교의 문제보다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모습과 운명에 비추어 본 실천적인 그리스도의 실존에 집중된다. 큉은 결코 자신이 모범적 그리스도인이라고 자처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이 각별히 좋은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1982년 한국에서 초판이 출간된 이후 이 책은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왜 그리스도인인가?”라는 물음은 40년 전에도, 세기가 바뀐 오늘날에도 여전히 계속된다. 어쩌면 2천 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는, 제기되어야 할,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은 아직도 미완인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2025년 신판을 내면서 오랜 시간 분도출판사에 수많은 종교 서적을 만들고 번역한 정한교의 유려한 문체는 그대로 두되, 변화된 맞춤법과 표기법에 어긋난 표현이나 명확하지 않은 뜻은 새롭게 다듬었다. 이제 고전이 된 한스 큉의 이 문제적 저작이 지금의 독자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