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제주 풍경 일러스트와 솔직하고 유쾌한 글이 어우러진 제주 감성 에세이
이 책은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림 작가의 사적인 기록이다.
기쁘거나 슬픈 순간, 희망으로 가득 찬 때나 절망 속에 있을 때도, 잔잔한 바다의 물결로, 수면의 작은 반짝임으로, 때로는 부드러운 바람으로 위로하고 다독여 주었던 그녀의 제주를 떠올리며, 풍요롭고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따듯한 일러스트로 그려냈다.
그녀도 한때는 도시를 꿈꿨다. 촌에서 태어나 성장한 청년들이 그러하듯 제주를 벗어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오랜만에 떠난 짧은 서울 나들이 중에 미로와 같은 지하 쇼핑몰을 헤매면서,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손가락 사이를 가늘게 스쳐 가는 부드러운 제주의 바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그녀가 진정 행복한 곳은 현재 살고 있는 이곳, 제주라는 것을.
늘 보는 것이 나무이고, 바다이고, 숲이고, 오름이었다.
봄이면 근원지를 알 수 없을 만큼 멀리 퍼져 나가는 부드럽고 달큰한 귤꽃 향기가 온 마을을 감싸고,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이 밤기운에 밀려날 즈음 붉게 물든 하늘 위로 달콤한 분홍빛 구름이 피어올랐다. 바랜 갈색 억새는 가을바람에 일렁이며 물결을 만들고, 그 물결은 다시 마을까지 바람을 실어 왔다. 눈이 많이 쌓인 어느 날 찾았던 휴양림에서는 순둥한 노루를 불현듯 마주치기도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바람의 냄새가 달라지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 공기가 한 톤 낮아지며 하늘은 멀리 높아졌다. 그렇게 그녀는 풍요로운 자연을 예민하게 느끼며 살아왔고, 그 작은 변화 속에서 설렘과 기쁨을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다.
국자로 빙빙 돌려서 만드는 ‘빙떡’, 제사상엔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상애(외)떡’, 동네 빵집에 떨어지지 않고 준비되는 품목인 제사상에 올리는 큼직한 직사각형 카스텔라, 나이도, 성별도 따지지 않으며 존칭의 의미조차 있는, 이름을 몰라도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호칭, ‘삼춘’, 번개같이 빠른 손으로 사정없이 귤을 따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귤 수확 작업, 고사리 따기, 조개 캐기, 스노클링에 관한 TMI 등 제주의 자연환경과 풍습, 그리고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생활문화에 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가득하다.
언젠가 제주를 찾게 된다면,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만났던 제주의 생활문화를 마주할 때마다 그녀가 유쾌한 필체로 펼쳐놓았던 에피소드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 것이며, 제주가 한층 더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eBook-제주를 그리며 제주를 그리다〉는 제주 풍경 그림에 애니메이션 효과와 실제 제주의 소리를 더한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여 ‘2025년 제12회 대한민국 전자출판 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