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아이들,
물조차 불공평한 세상에 당당히 맞서다
열두 살 소녀 민니가 사는 인도 뭄바이 빈민가에서는 물을 얻으려면 매일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 요즘은 물 도둑까지 기승을 부려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은 더욱더 고단해졌다. 어느 날, 의지했던 민니의 오빠가 물을 훔치는 현장을 목격한 대가로 집을 떠난다. 설상가상 엄마마저 아파 집을 비운다. 집안일은 물론 엄마가 했던 고층 아파트 가정부 일까지 민니 홀로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 아침 일찍 공동 수돗가에서 물을 긷느라 학교 수업에 빠지기 일쑤다. 가정부 일이 서툴다 보니 주인 할머니의 따가운 눈총과 차가운 핀잔이 쏟아진다. 그러나 민니를 가장 낙담하게 하는 건 현격한 빈부 격차다. 민니네 집보다 더 넓은 주인집 딸의 욕실, 수도꼭지에서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면서 불공평한 세상을 실감한다.
시간이 갈수록 시험을 잘 봐서 상급 학교로 진학하고픈 작은 바람이 이룰 수 없는 커다란 꿈이 될 것 같아 두려움은 점점 커진다. 민니처럼 물도, 꿈을 이룰 기회도, 평범한 일상조차 불공평한 현실의 벽을 마주한 아이들. 이 아이들의 목마름은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극심한 빈부 격차로 무시되는 아동 권리
비단 인도만의 이야기일까?
가난은 어떻게 대물림 될까? 현격한 빈부 격차는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일까? 교육의 기회마저 없는 아이들에게 무엇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목마른 아이들》은 생존의 자원 ‘물’조차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빈민가에 사는 아이들을 통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불평등의 실체를 보여 준다.
민니가 사는 동네에서는 매일 아침 길게 공동 수도에 긴 줄을 서야만 겨우 물 한 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편 고층 아파트에서는 하루 종일 샤워해도 물이 끊기지 않는다. 또 민니는 엄마가 일자리를 잃지 않게 병든 엄마를 대신해 일하느라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야 하는데, 민니와 나이가 같지만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핑키는 노동과는 거리가 먼 아이의 평범한 일상을 누린다. 이러한 묘사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인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의 권리가 현실 세계에서 얼마나 쉽게 무시되고 있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동시에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인도만의 이야기일까?”
우리 곁에 있는 목마른 아이들,
함께 꿈꿀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지 않을까?
《목마른 아이들》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목이 마르다. 민니는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어서, 오빠 산제이는 요리사가 되고 싶어서, 산제이의 친구 라티카는 잡지를 팔아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해서, 민니의 절친 파이자는 민니와의 사이가 멀어질까 봐. 심지어 고층 아파트에 사는 핑키도 또래와 평범한 관계를 맺지 못해 목이 마르다.
다행히 아이들은 서로의 갈망을 알고 지지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민니의 이웃들과 선생님의 다정한 위로와 배려는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게 힘이 되어 준다. 물론 아이들에게 불공정한 세상을 보여 주며 상처를 입히고, 나이에 맞지 않게 철이 일찍 들게 하는 어른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긴 하다. 하지만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꿈을 선택한 용기가 결국 아이들의 목마름을 채운다.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훈데르트바서는 “혼자 꾸는 꿈은 공상에 불과하지만, 함께 꿈꾸면 현실이 된다.”고 했다. 이 순간, 우리의 주변에도 자신과 함께 꿈꿀 사람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목마른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