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의 장례 여정을 따라 드러나는 15명의 균열적 시선들
『내 죽으며 누워 있을 때』는 농촌에 사는 번드런 가족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에 따라 남은 가족들이 어머니의 시신을 고향 제퍼슨까지 운구하는 장례 여정을 그리는 소설이다. 급작스러운 홍수로 다리가 붕괴되는 등 온갖 고난을 겪는 사이 가족 간에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이 펼쳐지며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얼마나 쉽게 해제되는지를 포착한다. 특히 가족을 구성하는 각각의 인물들, 즉 개인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존재인지를 통찰시키는 대단한 작품이다.
포크너는 이 작품에서 과감하게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을 실험했다. 포크너가 이처럼 파격적인 형식을 시도한 것은 이 세상에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점주의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 아버지 앤스와 장남 캐시, 차남 다알, 삼남 주얼, 고명딸 듀이 델, 사남 막내아들 바더먼 그리고 이웃, 의사, 목사, 묘지 관리인에 이르기까지 각 인물의 시선은 같은 상황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들려준다. 15명의 화자가 표현하는 내면의 언어는 때로는 현실과 단절되어 있으며, 혼란스럽고, 상상과 뒤섞여 흐르기도 한다.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각자가 믿는 세계, 각자가 감당하는 고통의 형태다.
포크너는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문학 작품이 유일하게 다룰 가치가 있는 소재로 ‘서로 갈등하는 인간 마음의 문제’라고 상정하며, 사랑, 명예, 연민, 자부심, 동정, 희생 같은 ‘오래된 마음의 진리’이자 ‘오래된 보편적 진리’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달리 말하자면, 포크너가 강조하는 보편성의 핵심은 서로 갈등하는 인간 존재와 그 마음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포크너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내 죽으며 누워 있을 때』 작품을 읽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보다 죽음이 인류 보편의 문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관에 죽어 누워 있는 어머니 애디에 집중하여 이야기가 흘러간다는 점이다. ‘내 죽으며 누워 있을 때’는 애디의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만인의 ‘내 죽으며 누워 있을 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죽으며 누워 있을 때』 소설이 전하는 매우 다층적인 의미의 죽음을 통해 나는어떻게 살고 있는가에 관한 질문과 성찰의 시간을 보내며 삶을 견뎌내는 힘을 얻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