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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미래를 예언하고, 어떤 책은 현재를 정밀하게 해부한다. 그리고 드물게, 단 하나의 책이 그 둘을 동시에 해내는 경우가 있다. 김인철 작가의 장편소설 『마지막 선택』이 그렇다. 이 작품은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의 틀을 벗어나, 인간 존재의 본질과 기술의 윤리에 대해 치밀한 사유를 펼친다. 그리고 그 서사의 모든 출발점과 귀결점에 자리하는 단어, 바로 ‘선택’은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철학적 심연이자 감정적 파동의 진원지다.
우리는 지금, 인간과 기술이 분리되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는 일이 상상하기 어려운 오늘날, 인간의 인지와 기계의 계산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다. 자율주행차는 판단을 하고, 인공지능은 창작을 시작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작가는 묻는다.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를 선택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 질문은 단순한 수사적 장치가 아니라,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론적 물음이다.
이 책 『마지막 선택』의 세계는 결코 먼 미래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과학 기술의 진보 속에 그 단서가 숨어 있다. 생명공학은 유전자를 재조합하고,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며, 뇌 과학은 기억의 구조를 해석하고자 한다. 이 소설은 이러한 기술들이 인간성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성의 진짜 본질을 드러내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육체인가, 정신인가, 아니면 선택의 순간마다 나타나는 ‘태도’인가?
작가는 과학 기술의 단면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이 초래할 윤리적 딜레마와 도덕적 책임, 그리고 개인과 사회가 겪게 될 감정적 균열을 정교하게 엮어낸다. 그래서 이 책 『마지막 선택』은 미래의 장치이자, 오늘의 고백이다. 우리가 언제나 미뤄왔던 가장 근본적인 질문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살아가는가?”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를 다시 꺼내놓고, 독자와 함께 응시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들은 모두, 인간성과 기술 사이의 간극에서 고통받고, 흔들리고, 그러나 끝내 결단한다. 작가는 그들의 혼란과 두려움을 선형적이지 않은 복합적 내면 묘사로 풀어내며, 독자로 하여금 마치 거울을 들여다보듯 자신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것은 단순한 플롯의 긴장감이 아니다. 윤리적 스릴이다.
『마지막 선택』은 과학과 문학이 충돌하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두 영역이 만나 만들어 낸 ‘지성의 연금술’이다. 과학이 제시하는 가능성과 문학이 제안하는 윤리가 만나, 가장 근원적인 ‘선택’의 의미를 묻는다. 이 작품은 마치 철학자 유발 하라리의 통찰을 품은 소설처럼 읽히기도 하고, 동시에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불길한 미래의 예감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단지 암울한 디스토피아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가는 말한다.
“이야기는 상상으로 시작하지만, 그 끝에는 희망을 놓고 싶었다.”
그 희망은 인간성의 회복이다. 다시 말해, 선택의 순간에 윤리를 외면하지 않는 마음, 기술을 인간의 얼굴로 다시 돌려놓는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잊지 않는 기억이다.
이 책 『마지막 선택』을 덮는 순간, 우리는 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독자는 더 이상 단순한 독자가 아니다. 그는 이제 이 서사의 일부가 되어, 자신의 삶에서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선택자’가 된다. 이 책은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다. 페이지마다 담긴 치밀한 사유와 감정의 파동은, 독자로 하여금 현실을 재구성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정교해지고, 생명공학이 생명을 모방한다 해도, 마지막 선택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말한다.
“당신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