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존엄, 사랑!
세 가지 모두를 포기하지 않은 한 여성의 이야기
샬럿 브론테가 시대를 앞서 그려낸 가장 현대적인 고전
“나는 자유를 갈망했다. 자유를 갈망하며 나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자유를 갈망하며 기도를 내뱉었다.”
“저는 새가 아닙니다. 어떤 그물망도 저를 잡지 못해요.
저는 독립 의지를 가진 자유인입니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낭만주의적 이상을 거부하고
로맨스 소설의 정형화에서 탈피한 혁명적 소설
샬럿 브론테는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의 언니이자, 빅토리아 시대 여성 작가들의 선구자로 꼽힌다. 당시 여성 작가로서 작품 활동이 제약받던 시기, ‘커러 벨(Currer Bell)’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제인 에어》를 발표했고 출간 즉시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제인 에어》는 1847년 발표 당시 가히 획기적인 소설이었다. 아직도 청교도적인 미덕이 세상의 진리로 통하던 시절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 사회적 위치에서 나약하고 수동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놀랍고 강렬한 소설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훌륭한 수작 중 하나다” “지난 여러 해에 걸쳐 출판된 작품 중에서 가장 특출한 작품이다” 등 당시 동시대 언론의 평가를 살펴봐도 작품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브론테는 전통적인 여성상과 낭만주의적 이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개척했다. 여성도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지닌 ‘완전한 인간’이라는 점을 작품 속 제인을 통해 명확히 주장한다. 또한 그의 문장은 단단하면서도 격정적이며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시적인 울림을 담고 있다.
섬세한 여성 심리 묘사와 참신하고 박력 있는 문체,
여성의 독립성과 진취성을 담은 여성 문학의 선구적 작품
《제인 에어》는 샬럿 브론테의 독창적이고 박력 있는 문체, 실제 삶과 닮아 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 묘사뿐만 아니라 ‘제인 에어’라는 한 여성의 정신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주어 보편적이면서도 동경하는 한 인간의 삶에 정서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 소설은 연애와 결혼을 사회적, 외부적인 사건으로 취급하여 인물의 심리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던 기존 소설과 달리, 로체스터를 사랑하면서도 정신병에 걸린 그의 아내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제인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깊게 파고든다. 또한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 생각하던 당시 관념에 일침을 가하며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제인의 독립심과 진취성은 여성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라 할 만하다. 제인과 로체스터를 전통적인 소설 속 미남미녀로 그리지 않고 개성미를 강조한 것도 샬럿 브론테만의 참신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과도 같은 작품인 《제인 에어》는 단순한 소설적 재미뿐만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새롭게 도전하고 자신 안에 깃든 행복의 원천을 용감히 찾아가는 능동적 인간의 모습을 모범적으로 그려내어 고전의 참맛을 전한다.
당당한 여성 자아와 존엄, 깊은 감정의 서사!
샬럿 브론테의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
《제인 에어》는 여성의 독립적 자아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영미 장편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고아인 제인은 냉혹한 외숙모에게 반항하다가 로우드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그곳에서도 불행하게 지내던 제인은 가정교사로 들어간 집의 주인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로체스터와 저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제인은 사랑을 갈망하지만 자신의 자존과 도덕적 원칙을 그보다 더 앞세운다. 제인의 내면을 직접 서술하는 1인칭 서사의 선명한 자의식은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제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직접적으로 전달되며 이러한 서술 방식은 ‘여성 서사’의 정립이라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또한 《제인 에어》는 성별, 계급, 종교, 교육 등 빅토리아 시대의 여러 억압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제인이 결혼이나 사회적 안정을 위해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동등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은 지금의 젠더 감수성과도 깊이 연결된다. 19세기의 문장으로 21세기 메시지를 담아내며 20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넘어 여전히 현대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