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더 온전한 모습으로 복간돼서 저는 다와다를 처음 읽은 그날처럼 설렙니다.
이것은 어떤 아름다운 것에 다시 상처 입기를 바라는 것과도 같은 이상한 마음입니다.”
―신형철(문학평론가)
언어의 바다에 잠겨 세계의 ‘사이’를 유영하는
우리 시대 가장 낯설고 매혹적인 작가
전미도서상 · 괴테 메달 · 클라이스트상 · 레싱상 ·
아델베르트-폰-샤미소상 · 군조 신인 문학상 · 아쿠타가와상 ·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 요미우리 문학상 등 수상 작가
다와다 요코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
에세이와 픽션이 뒤얽힌 『영혼 없는 작가』 개역 증보판 출간
★ 신형철 문학평론가, 빔 벤더스 영화감독 강력 추천
★ 언어와 함께 가장 먼 여행을 떠난 다와다 유니버스의 시작
★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재출간을 열렬히 요청한 책
★ 「사랑의 광물학」 「귀신들의 소리」 「번역가의 문 또는 첼란이 일본어를 읽는다」 등 다와다 요코의 국내 초역 단편 아홉 편이 추가된 개역 증보판
★ 다와다 요코를 한국에 처음 소개한 최윤영 서울대 교수의 정교한 번역
언어와 함께 가장 먼 여행을 떠난 다와다 유니버스의 시작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재출간을 열렬히 요청한 책
독일어와 일본어로 글을 쓰는 이중 언어 작가. 얼핏 범상해 보이는 세계의 기호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해독해 나가는 유심한 관찰자. 모(국)어와 외국어의 문턱을 넘어 다니며 몸의 감각으로 낯선 언어의 세계를 유영하는 유목민. 엄격하고 절제된 사유로 신화적 상상의 안팎을 넘나드는 샤먼. 40년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작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다와다 요코를 설명하는 인상 깊은 수식어들이다. 그의 이름을 문학사에 알린 대표작이자, 언어와 세계에 대한 작가 고유의 사유가 집약되어 있는 『영혼 없는 작가』 개역 증보판이 출간되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영혼 없는 작가』는 2011년 독문학자 최윤영 교수의 기획 및 번역으로 처음 출간되었으나 오랫동안 절판 상태로 있었던 『영혼 없는 작가』 초판본의 개역 증보판이다. 초판본에는 열네 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이번 새로운 판본에는 ‘다와다 유니버스’의 중요한 조각 아홉 편이 추가되었다. 전체 스물세 편의 글은 다와다 요코가 독일어로 처음 쓴 『유럽이 시작하는 곳』(1991), 『부적』(1996), 『해외의 혀들 그리고 번역』(2002) 등 세 권에서 다와다 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단편들을 가려 뽑았으며, 그중에서도 몽환적이고 에세이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초기 대표작 『부적』 열여섯 편은 전부 번역해 실었다. 최윤영 교수는 이번 개역 증보판을 작업하며 새로운 단편들을 번역하는 작업과 함께 기존 번역문도 전면적으로 다시 손질했으며, 다와다 요코의 세계를 개괄하는 해설도 제공해 독자에게 풍성한 해석의 여지를 열어주었다.
이 책은 독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복간을 요청한 책이기도 하다. 지난 2025년 5월 다와다 요코 작가 방한 당시 많은 독자가 이 책의 절판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재출간을 요청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특별히 찾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작가인 만큼 한국에도 그의 저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만, 『영혼 없는 작가』는 작가의 세계를 관통하는 언어-예술-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이번 재출간은 더욱 뜻깊다.
이 책의 의의: “의미를 찾는 연구”부터 “의미와 벌이는 유희”까지
언어와 세계에 대한 경계적 사유, 현실과 불화하는 마법 같은 단상
독일어로 쓰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수록된 글들이 에세이에 가까운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다와다 요코의 문학은 일본어 작품과 독일어 작품이 주제, 형식, 문체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어 작품이 스토리를 갖춘 본격 문학에 가깝다면, 독일어 작품은 작가가 문화 간 차이를 발견하고 이를 주제화한 에세이적 성격이 강하다. 조용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날카롭게 지적하는 문화적 차이에 대한 통찰로 사유의 직접적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가의 일상적 관찰을 따라가다보면, 말 그대로 허를 찌르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더불어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언어에 대한 작가의 세심하고 민감하고 다정한 시선을 잘 드러낸다. 제목에서부터 서로 어울리지 않는 사물들을 결합해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유머러스한 방식은 다와다식 하이브리드의 원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사전”과 “마을”, “사랑”과 “광물학”, “고트하르트터널”과 “생물의 배”를 연결한다. 사전에서 단어들이 빠져나와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고, 몸을 암석에 빗대어 주름진 층을 상상하고, 터널을 통과하는 것을 배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하는 식이다.
이러한 연결과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의미를 찾는 연구”부터 “의미와 벌이는 유희”까지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특히 이중 언어 사용자로서 몸으로 체득한 언어적 사유가 도드라진다. 세계와 자신의 관계가 언어로 불가분하게 맺어져 있다는 깨달음, 언어를 이동하면 사물에 대한 인식이 바뀐다는 의식, 다른 언어로 말하게 될 때 그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던 맛을 내는 혀에 대한 자각 등 여태껏 심상하게 느꼈던 일상의 모든 것이 다와다 요코라는 프리즘을 통과해 새롭게 인식해야 하는 인류학적 현상, 신중히 해독해야 할 세계의 암호가 된다. 일상에서 길어 올린 불가사의를 문학적으로 파고드는 일종의 민족지인 셈이다.
장르의 경계를 흐트러뜨리는 아름다운 문학적 실험
그 너머에서 빛나는 “우리”와 “타자”에 대한 비판적 의식
이 책은 형식 면에서 에세이로 분류되지만, 작가는 전통적 장르 구분의 구속에서 벗어나 언어와 사유와 장르의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덕분에 이 책의 글들은 픽션과 에세이가 서로 몸을 바꿔가며 단어와 문장, 글이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향연을 눈부시게 선보인다. 작가가 유심히 포착하는 대상들도 그 스펙트럼이 넓은데, 시베리아 횡단 열차부터 연필, 타자기, 중세도시, 통조림, 전철, 배우, 알프스 터널, 일요일, 음악, 파울 첼란까지 실로 다양해서, 소재별로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다와다의 문학 세계 초기부터 일관되게 흐르는 언어와 정체성, 국가주의의 폭력성을 문제 삼는 비판적 인식은 장르와 언어에 대한 경계적 사유 너머를 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귀신들의 소리」에서 어느 독일인이 바흐를 독일 음악이라고 무심히 주장한 사례는 “우리”라는 범주를 암묵적으로 전제하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경계 밖으로 몰아내 타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모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느끼는 텅 빈 수사에 대한 “구역질” 역시 단일한 언어를 기반으로 한 민족주의, 집단주의를 향한 일침으로 다가온다.
『영혼 없는 작가』에 배음(倍音)처럼 깔려 있는 이런 식의 섞임과 깨짐, 비판과 거리 두기의 사유는 일차적으로는 낯선 언어와의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무엇보다 몸이 물리적으로 이동하는 데서 오는 것이기도 하다. 공간상으로 보면 이 책은 모스크바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시작해 독일, 일본, 미국을 거쳐 캐나다 토론토 공항에서 끝을 맺는데, 이 여정 또한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흥미롭게 읽힌다. 『영혼 없는 작가』와 더불어 몸의 여행, 장소의 여행, 언어의 여행을 함께하는 독자들은 나라와 도시, 현실과 환상, 언어와 사물을 이동하며 경계의 흩뜨림이 열어주는 환상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