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역사는 곧 일터의 진화사다”
증기기관에서 생성형 인공지능까지,
일터를 바꾼 기술 혁명의 흐름
18세기 증기기관은 공장과 운송의 패러다임을 뒤바꾸며 산업 혁명을 이끌었다. 이어 전기와 전신, 전화, 컴퓨터, 인터넷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인류의 일터는 물리적 한계를 넘고 전 세계로 확장됐다. 기술은 단순히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을 높이고 협업 방식을 재구성하며, 직무의 가치와 의미를 끊임없이 재정의해 왔다. 이제 우리는 또 한 번의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과 에이전트 기술은 인간의 창의적 작업과 판단 영역까지 파고들며, 지식 생산과 의사 결정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 기술이 주로 ‘손과 발’을 대신했다면, 오늘의 인공지능은 ‘머리와 생각’까지 확장해서 대체하는 셈이다.
김성준 교수는 이 책에서 증기기관부터 시작된 일터 혁명의 연속성을 짚어 내며,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범용 기술이 조직 구조, 협업 방식, 직무 가치, 인간성의 의미까지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그는 기술 발전이 불러올 ‘대체’의 공포를 경계하면서도, 인공지능과 함께 진화하는 조직과 개인만이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 간의 대화와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하라
기술이 촘촘히 스며든 오늘날,
인간성을 되찾는 조직 전략과 해법
기술이 만연해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는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중이다. 화면 속 이모티콘이 미소를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대신 결정하며, 바쁜 일정 속 우리는 서로의 표정과 목소리를 깊이 읽어 낼 여유를 잃었다. 그 결과, 조직 내에서는 관계 단절과 심리적 고립이 심화되고, 이는 곧 불안감과 피로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효율의 도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는 인간성을 더욱 소외시킬 수도, 반대로 더 단단히 지켜 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김성준 교수는 조직 차원에서 ‘구성원 웰빙’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기술이 침범하지 못하는 ‘인간적인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의 시간을 줄이는 대신, 구성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늘리고, 인공지능이 자동화한 업무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더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 도입 과정에서 ‘인간성 수호 위원회’와 같은 독립 기구를 두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위원회는 인공지능이 조직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해서 점검하고, 구성원들의 심리적·정서적 건강을 지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결국 이 책은 기술 발전의 진정한 가치는 효율성만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지켜 내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인공지능이 많은 기능을 도와주는 시대일수록 사람들 사이에 작고 느슨하지만 따뜻한 연결이 조직의 숨결”이 된다는 저자의 말처럼 ‘잃어버린 인간성’을 되찾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기며 이 책을 펼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