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편견과 나 자신의 편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 고민했어요.
그 고민 덕분에, ‘나다운 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 아니면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
자라면서 누구나 한 번 이상 해봤을 고민이다. 여기서 좀 더 생각이 깊어지면 ‘좋아하는 것이 있긴 한가? 잘하는 것도 없는데.’ 싶은 순간을 마주한다. 그러다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들고,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 사람 몫을 해내는 사람들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슨 일을 해야 잘할 수 있을지, 맴맴 돌고 도는 고민의 굴레만이 짙어질 때…… 걱정과 불안 대신 용감한 마음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사실 이 물음에 관한 대안과 해결책 또한 사람마다 다를 테다. 인생이라는 물음에 객관식 정답이 있을 리 없으므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각각의 예시가 전해질 뿐이다. 여기. 김가지 작가의 경우는 어떠할까.
2025년 현재 그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두루 직업으로 삼은 청년이다. 그뿐 아니라 해보고 싶었던 일과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까지 해보게 되고 성취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영향력을 끼치는 일도 적지 않다. 7년 전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독립출판물로 완성할 당시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어떻게 그의 삶에 생겨나고 있는 걸까?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을 때, 그가 택한 마음의 방향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기’였다. 청소일을 시작했을 때 ‘(엄마가) 나를 창피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그것이 세상의 편견 때문인지 자신의 편견 때문인지 차츰 되새겨보며 직업과 일, 진로와 꿈, 현실과 이상 사이를 과감히 넘나들기로 한다. 안정된 생계를 위해 청소일을 지속하고, 못다 한 꿈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드는 날들. 세상이 내놓은 객관식 답지 너머 자기만의 길을 써 내려가는 이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선택지를 마주하게 되면서 김가지 작가는 ‘나’라는 세계의 취향과 가치관을 다져 나간다. ‘할 수 없다’와 ‘할 수 있다’의 경계를 지우는 것만으로 한 발짝, 또 한 발짝, 용감하게 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을 테다.
“직업과 상관없이 ‘존재’ 자체로도 충분히 존재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중학교 「진로와 직업」 수록 도서!
‘청소’라는 익숙하지 않은 직업을 택해서인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서인지, 그동안 김가지 작가는 적잖은 관심을 받았다. 한창 직업 에세이 출판이 붐을 일으킬 때는 ‘젊은 (여성) 청소부’이자 ‘그림 그리는 프리랜서’로 N잡러의 상징성을 가졌고, 언론과 방송 등에서 취재와 인터뷰 요청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순간에도 작가 자신은 요란하지 않았고 들뜨지 않았다.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면 더더욱 성실하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느덧 20대에서 30대 중반으로 흘러온 김가지 작가의 시간만큼, 『저 청소일 하는데요?』의 시간 또한 촘촘하게 쌓여간다. 이 책은 중학교 『진로와 직업』 교과서 수록 도서로 자리매김했고, 작가는 해마다 전국의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만나며 진로 강연을 해오고 있다. 책을 읽고 아예 직업을 바꿔 청소일을 시작한 이들의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이에 작가는 ‘책’과 ‘청소일’의 연결고리로 맺어진 사람들 이야기-「2025년, 우리 청소일 하고 있습니다」를 본문 뒤 특별 인터뷰로 수록했다.
“가끔은 익숙하지 않은 길로 돌아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는 작가의 말은 ‘실수해도, 다시 시작해도, 얼마든 괜찮다’고 토닥일 수 있는 너그러움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눈앞의 목표를 향해 단 하루도 속도전을 멈출 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선 이 역시 지극히 이상적일까? 잠시라도 멈추면, 하나라도 놓치면, 공든 탑이 언제라도 무너질 거라고 스스로 채찍질을 해야 더 현실적일까? ‘다른 선택의 삶’을 응원하고 갈망하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시선과 생각에 움츠러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한번, 걱정과 불안 대신 용감한 마음의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의 ‘한 예시’로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독자 여러분에게 다정히 전한다. 누군가는 기회를 만들고 누군가를 기회를 찾지 못하는 그 차이가, 사실은 크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잘하는 일을 하는 사람도 모두 다 희로애락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므로 일단 경계를 지우고 한 발짝, 또 한 발짝 내디디기 시작하면 어떨까. 걷다가 시간 지나 뒤돌아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길 위에 제법 괜찮은 모습으로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날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길에서 다시 헤매고 또 다른 걱정이 생길 수 있겠지만, 그럼 또 어떤가. 정해진 답 없이 다들 그렇게 비슷하고도 다르게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 ‘남과 다른 방식’을 꿈꾸고 궁금해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그 끝에 ‘나다운 방식’에 다다르고자 오늘도 애쓰는 이들에게, 이 책이 적잖은 힘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