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향한 시선, 존재를 꿰뚫는 통찰, 죽음을 대하는 자세
감성과 지성,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일상과 상상…
생명을 말하다
『이어령의 말』 1권이 지적 여정의 결정판이었다면, 2권은 그 여정의 숨결이 지금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권의 주제 ‘감성, 지성, 자연, 문화, 물질, 정신, 일상, 상상’은 우리를 구성하면서 동시에 둘러싸고 있는 생명의 기본 요소다. 감성은 살아 있다는 것의 첫 반응이며, 지성은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이다. 자연은 삶의 터전이며, 문화는 그 삶이 쌓인 궤적이다. 물질은 삶을 지탱하는 현실이며, 정신은 그 방향이다. 일상은 삶의 반복된 리듬이며, 상상은 그 너머로 나아가게 하는 날개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는 결국 ‘생명’으로 수렴된다.
이어령은 생전 ‘생명’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았다. 생명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늘날 기후 위기, 전쟁, 인공지능 등 절망과 두려움의 시대에 절대 놓지 말아야 할 생명이라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단 하나의 힘이다. 평생 우리 말과 글을 탐구해온 학자이자 88올림픽을 통해 국가 간 벽을 허물어낸 행정가, 사회의 위기마다 고난을 함께하고 그 해결책을 마련해온 우리 시대의 어른. 이어령이 평생 중요한 가치로 꼽은 ‘생명’으로 이르는 여정을 함께하길 권한다.
“제 말을 잊어주십시오.”
이어령이 후대에 남긴 말의 의미
이어령의 말을 통해 비로소 나와 마주하다
이어령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읽고 쓰기를 놓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질문했고, 그 해답을 책 속에 남겼다. 감성부터 생명에 이르는 아홉 가지 키워드는 이어령의 사유가 마지막까지 머물던 자리이기도 하다.
이어령은 평생 그 누구보다 많은 말을 남겼다. 기존 문학계를 뒤집으며 홀연히 나타난 청년 문학가는 이후 80여 년 동안 수많은 평론과 희곡, 수필, 소설, 시 등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우리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사유를 자극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생전 자신의 말들을 잊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릇을 텅 비워야 새 물로 채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도 일단 듣고 나면
이내 지워버리고 자신의 생각으로 가슴을 채워야 합니다.
제 말을 잊어주십시오. 이것이 제가 역설적으로 부탁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가 『이어령의 말』을 후대에 남기고자 한 것은 자신의 말을 기억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평생 스스로를 향해 쓴 글이 이제 자신을 떠나, 각자 안에서 독립된 생명으로 거듭나기를 바랐다. 『이어령의 말』은 단순한 어록집이 아니다. 이어령의 말을 통해 생각을 깨우치고 내면을 채우는 지적이고 감성적인 여정이다. 그리고 그 길의 마지막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