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것
신입사원에게 ‘기본’이란 대체 무엇인가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다음 날 사무실에서 공과 사를 구분하는 일, 소시오패스가 되지 않으면서 일도 잡고 사람의 마음도 잡는 일, 소맥을 권하는 상사에게 콜라를 마시겠다고 선언하는 일, 일했다는 티를 팍팍 내면서도 입사 동기들에게 얄밉게 보이지 않는 일, 워크숍의 일환으로 주말에 등산을 가자는 팀장님에게 정중하고도 단호하게 불참 의사를 밝히는 일, 회사에서 근처 식당까지의 최단 거리와 구성원의 입맛을 토대로 점심식사를 어디서 할 것인지를 신속하고 센스 있게 제안하는 일, 예스맨과 엑스맨의 중간, 그 어디쯤에서 오늘도 나는 ‘없어도 되는 사람’보다는 ‘있어도 괜찮은 사람’, 이왕이면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도 아웅다웅은 계속된다
‘꼰대’의 어원은 확실치 않다. 자신을 부를 때 ‘백작’을 뜻하는 프랑스어 ‘콩테(Comte)’라고 해주기를 바랐던 이완용을 비롯한 친일파에게서 비롯되었다는 설, ‘곰방대’에서 발전해 주름이 자글자글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는 설 등 다양한 추측이 떠도는 가운데 꼰대는 지난날 우리 사회를 강타한 ‘적폐’라는 말과 비슷한 맥락에서 ‘편협하고 권위적인 어른’을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자리 잡은 것은 확실하다. 항간에는 꼰대 테스트와 더불어 ‘젊은 꼰대’라는 말도 생겼다. 또한 최근 공중파 드라마에서는 대놓고 ‘꼰대’라는 단어를 제목의 지위로 격상시켰다. 적의를 가지고 대상을 우스꽝스럽게 풍자하고자 하는 거침없는 마음이 엿보이는 가운데, 정반대의 구도에서 신세대를 바라보는 착잡한 마음도 있다. 고대 이집트의 누군가가 담벼락에다가 ‘요즘 젊은이들 문제가 많다’는 불후의 메시지를 남긴 이래로 제도와 질서의 중심에 선 기성세대는 이제 막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을 ‘밀레니얼 세대’, ‘90년대생’ 등 다양한 용어로 지칭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들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을 호소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대는 없다. 또한 표현이 다를 뿐, 꼰대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했다. 한창 때의 젊은이들을 보며 “좋을 때다”라고 말하는 순간, 고민 상담을 청하는 철없는 조카에게 “살다 보면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세월의 공력을 은근히 과시하는 꼰대로 낙인 찍히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90년대생은 도무지 대하기가 어려워요’라고 호소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성세대도 언젠가는 속깨나 썩이던 신세대였다. 사회 구조와 조직 구성의 형태는 해가 갈수록 진보하고 있는 가운데(그렇다고 믿고 싶은 가운데), 어쩌면 부모의 내리사랑처럼 지금의 사회 초년생들도 언젠가는 낡은 문화에 익숙한 세대가 되어 팔팔한 신입사원들을 보며 애간장을 태울 날이 올 것이다. 이처럼 돌고 도는 세상사,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아웅다웅이 계속되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일터, 즉 사무실이다. 《20세기 회사 예절 21세기 사원 매너》는 오해와 갈등으로 얼룩진 세상의 모든 사무실에 평화를 가져다줄 가장 최소한의 예절과 매너를 담은 책이다. 팀장님이 시니컬한 얼굴로 “그 정도는 기본이지”라고 말할 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문제의 ‘기본’을 집중적으로 탐구해 요즘 세태에 맞는 예절과 신입사원이 지키면 참 좋을 매너를 정갈하게 담았다. 당위가 아닌 권유로서 말이다.
-사무실의 오해와 갈등을 종식시키는 평화유지군 같은 책
이 책의 저자는 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신입사원 및 관리자급 직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센스 있게 예의와 매너를 지키는 일을 어려워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어느 정도 선에서 예의를 갖추고 매너를 익혀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일이야말로 답이 없는 시험지로 문제를 푸는 것 같은 막막함을 준다. 그도 그럴 것이 관리자급 직원 및 사장이 원하는 선과 신입사원이 생각하는 선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시기에 어른이 된 데다가, 철이 들 무렵에 겪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도 다르다.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 역시 세밀하게 보자면 5년 전이 다르고 3년 후가 다르다. 또한 젊은 세대를 주축으로 한 스타트업 회사가 다르고 위계질서가 분명한 대기업이 다르다. 회사의 형태와 사회적 요구 등에 따라서 센스와 매너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한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최신 유행의 센스가 아니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예의에 가깝다. 이를 바탕으로 신입사원이 조금은 노력해야 할 점과 상사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할 것들을 책에 담았다. 상사와 부하 직원 간의 상호 신뢰가 없이는 마음의 평화는 물론 업무 면에서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는 데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IT 계열의 회사 등에서는 재택근무로의 완전 전환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센스와 매너가 다 무엇인가 하는 목소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 뒤에도 역시 사람이 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하늘과 땅만큼의 간극이 생기기도 한다. 그 말들을 대규모 채팅창의 텍스트로서 접한다 해도 말이다. 누구나 상대방이 지은 한순간의 표정이나 무심코 흘린 말들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혹시 나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일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도록 화법, 전화 매너, 인사 예절 등 기초적인 영역에서부터 상석의 개념, 명함을 건네는 법 등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까지 상세한 직장 생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의 디테일, 회사 생활을 위한 워크테일에 있다!
우리는 존경과 믿음, 기특함이나 대견함 등 마음속 깊숙이 품은 순수한 마음에 대해서 막연히 상대가 알고 있으리라 믿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가 추호의 부끄러움이나 망설임이 없기 때문에 상대도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일 거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마음은 그에 맞는 형식을 통하지 않으면 왜곡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때로는 사내 정치 싸움에 휘말려 하지도 않은 말이나 행동으로 오해를 사기도 하지 않던가. 그러므로 사소한 몸짓이나 무심코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 진정한 소통을 통해 일 잘하는 사원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인사를 할 때 몸의 각도, 계단을 오를 때 손님을 배려하는 방법, 하다못해 회식 자리에서 어떤 자리에 앉을지를 판단하는 능력 등, 평소 무신경하게 넘겼던 디테일에서 센스와 매너를 통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혹자는 겉치레나 처세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마음을 다한 행위가 적절하게 발현되었을 때, 수많은 보고서를 통해 스스로의 능력을 증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이 책에는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한 예절과 매너를 다루고 있으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내용을 풍부한 일러스트로 쉽고 재미있게 담았다. 회사는 20세기 상사와 21세기 사원의 노력으로 공통의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20.5세기를 살고 있는 셈이다.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는 시대에 변하지 않는 믿음과 신뢰를 쌓고자 한다면 첫 출근의 순간으로 되돌아간 듯 《20세기 회사 예절 21세기 사원 매너》를 펼쳐보자.